설과 나이
설을 쇠었으니 어김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4,700만 인구가 일제히 한 살씩 더 먹은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어디에 물어 봐도, 찾아 봐도 확실한 답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나이를 먹는 날은 딱 하루 설 날 뿐이다. 나이의 시발점은 생일날인데 이 날은 태어난 날이어서 일까, 기본적으로 한 살을 부여 받을 뿐, 나이를 먹는 날은 아니다. 설은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로서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서 먼저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나서 식구들과 함께 먹으며 덕담을 나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세배를 드리고, 한 해의 풍년과 행운을 빌며 즐겁게 보내는 날이다. 특히 그 여러 가지 음식 중에 설날의 대표 음식은 떡국이다. 그래서 떡국은 곧 설날의 상징이다. 따라서 설은 삼라만상이 새롭게 시작하는 첫 날이라 나이도 설날에 한 살을 추가하게 되니 설날의 떡국을 먹는 것은 곧 나이를 먹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풍요로운 시대라 떡국 정도는 년 중 언제나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예전 가난했던 시절엔 설날 이외에는 떡국을 먹을 수가 없었다. 세종임금께서도 밥은 하늘이라 했듯이 밥은 곧 쌀이요, 쌀은 하늘처럼 귀하고 소중했다. 그만큼 쌀농사가 힘들고 어려웠음을 말해준다. 그 귀한 쌀은 하루 세 끼 밥 지어 먹기도 어려운데 그 쌀로 언제고 흰 떡가래 뽑아서 썰어 떡국을 끓여 먹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기에 떡국은 1년에 한 번 설날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나이 계산법이 서양에 비해 특이하다. 서양 사람들은 자신의 생일날을 기점으로 해서 몇 년 몇 개월로 계산하는데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로 출발하여 설을 맞을 때마다 한 살씩 추가가 되어 사실상 전 국민이 일제히 설날이 나이에 기산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날을 기점으로 하는 보통나이와 생일날을 기점으로 하는 만나이가 따로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일도 음력, 양력 따로 있어서 만약 음력 12월이 생일인 사람은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 1월인지라 출생년도가 달라 띠가 둘이 되는 것이다. 또 생일이 12월 31일인 사람은 하루 만에 설을 맞게 되어 갑자기 2살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이런 불합리한 나이를 아직도 지니고 산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으로 보아 좀 촌스럽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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