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묻은 먼지부터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건 작건 죄 안 짓고 사는 사람이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있으랴. 그 죄의 범위는 신이나 알 일이겠지만, 인간이 정한 범위는 법이라는 테두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법이란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망이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해서 교활한 사람은 잘 빠져 나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쉽게 걸려들기도 한다. 가끔 법 없이도 산다고 정평이 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바보는 아니지만, 세상사에 너무도 둔해서 남의 것은커녕 내 것조차도 못 챙기는 사람이다. 세상사가 너무 법대로만 살아도 인간다운 훈훈한 정이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둘러 마치고 두리 뭉실 적당히 살아가는 것도 신뢰와 질서 있는 세상이 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이 다 법 이전에 양심과 사회 윤리에 어긋나지 않게만 산다면 오죽 좋으랴.
엊그제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분이 이런 저런 사적인 문제가 노출되어 청문회에도 나가보지 못한 채 자진 사표를 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총리 자리는 옛날 왕조 시대로 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다. 그런 자리이기에 학식 덕망 경륜 능력 인품 등 모든 면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가 청렴결백까지 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 고위직에 지명된 분들의 국회 인사청문회 광경을 여러 번 보아 왔다. 어떤 분은 끝내 통과를 못 받고 낙마한 분도 있거니와 대부분은 통과되어 자리에 입성을 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마치 죄인이 심문을 받듯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통과는 되었어도 어느 누구 하나 한 점 티 없이 깨끗하고 만족한 평가를 받은 후보자는 거의 없었다. 조선왕조 세종대왕 때 황희, 맹사성 정승 같은 청백리가 이 시대에도 해당되며 또 그런 인물이 과연 있을까 싶다. 정부 수립 이래, 그래도 법조삼성(法曹三聖)이라 하여 지금도 만인에게 존경을 받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서울고법원장을 지낸 김홍섭, 서울고검장을 지낸 최대교 같은 청렴결백과 강직함으로 유명한 법관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살면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각자 삶의 목표를 추구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또 그 시대 시대마다 사회 분위기와 가치에 따라 물살 타듯 휩쓸러 가며 살아왔다. 때로는 법 규정도 요식 화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다 그런 거지 뭐’ 하며 별 탈 없이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덥혀 왔던 것이 청문회에 나서게 되면 샅샅이 들춰내어 죄인으로 몰아간다. 국민들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무슨 망신인가? 그 자리에 합당한 전문성이나 능력과 경륜보다는 사사로운 신상문제가 더 도마에 오른다. 이렇다면 청문회에서 온전히 통과할 후보자를 찾기가 그리 쉽겠는가. 이젠 청문회에 나서는 후보들도 나서기 전에 자신의 몸에 먼지가 있는지 없는지 샅샅이 털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검증을 하는 쪽도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
성경에는 서기관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 앞에 데려다 놓고 “율법대로 돌로 치리까?” 라고 물었을 때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나서 먼저 돌로 치라.”고 했다. 남을 탓하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살펴봄은 누구에게나 다 지켜야 할 일이거늘,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게 역시 사람의 속성인가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 ‘는 흔히 듣는 속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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