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것은 세월이 아니거늘
올 해도 벌써 반이 흘러갔다. 이제부터 나머지 반을 더 가면 또 새해를 맞는다. 이미 하지가 지났으니 해는 점점 짧아 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활동하는 낮 시산 보다 잠자는 밤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오. 자연 날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출발지점서 부터 중간 지점까지는 길게 느껴져도 중간 지점을 넘어서면 같은 거리지만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것을 흔히 세월이 간다고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아서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달 또한 초승달에서 만월이 되고 그믐달로 변하며 뜨고 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분명 사람이 사는 땅(지구)은 그대로 있고 해와 달이 움직이니 세월이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세월이 감을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면서 감지하며 살아간다. 일 년 열두 달이 지나면 년도가 바뀌어 년도 수가 하나 더 늘고 따라서 사람들의 나이도 한 살씩 는다.
그러나 우주의 원리로 보아 해가 움직이는 게 아니고 지구가 스스로 돌며 태양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전자를 자전이라 하여 날이 되고 후자를 공전이라 하여 한해(1년)가 되는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부터 배워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 원리로 본다면 세월이 일직선 방향으로 가고 마는 게 아니라 순환함으로 오히려 우리 인간이 세월을 맞이하는 것이다.
유럽의 옛날 중세 암흑시대에는 세상을 온통 종교가 지배했었다. 그 시절에는 땅위를 걸어서 가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 가다 보면 반듯이 끝나는 데가 있다고 믿었다. 즉 이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르고 평편한 모양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며 따라서 태양이 움직이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코페리니쿠스는 일찍이 지구가 둥글고 움직인다는 지동설의 이치를 발견하고 있었다. 그 후 가리레이는 그가 망원경을 만들어 천체를 연구 하면서 코페리니쿠스의 지동설을 확실하게 믿게 되고 적극 지동설을 주장하게 되었다. 당시 천동설을 부정하는 자는 가차 없이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에 처했다 한다. 갈릴레이는 여러 차례 재판에서 살기 위해 지동설을 부정함으로서 화형을 면했으나 그러나 그는 재판을 받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실 가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에 생존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아닌가? 생명체들은 각기 수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삶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 특히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수명이 긴 편이며 지능이 발달한 고등 동물에 속한다. 더 나아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찬하며 산다. 인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수명이 연장되어 100세의 장수를 누리는 시대까지 온 것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사회가 되면서 고령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점점 떨어져 머잖은 장래에 생산인구와 부양인구의 불균형에서 오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신문에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현재와 같이 낮은 출산율을 방치할 경우 마지막 한국인은 2750년에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얼마 전 대한노인회에서는 자진해서 노인의 법정 기준여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상향하는 것으로 결의 했다고 한다. 국가에서도 노인과 출산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겠지만, 눈앞만 보는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당장 국가 부도 사태에 있는 그리스의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