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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이야기

문석흥 2013. 11. 28. 19:21

쌀 이야기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0년, 작년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72kg이라 한다. 이는 한 해전보다 2kg이 줄어든 양이고 20년 전보다는 20kg이나 더 줄은 양이라 한다.
  요즘은 쌀 용량의 단위를 kg으로 사용하지만, 전에는 되, 말, 가마니 등의 부피 단위를 사용했었다. 즉, 10되는 1말이고 10말은 1가마니였다. 지금은 미터법 통일 이후 쌀 1가마니는 80kg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이 연 72kg의 쌀을 소비한다는 것은 가마니로 따지면 한 가마니도 채 안 되는 양이다.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한 달 하숙비로 쌀 6말을 냈다. 쌀 1되로 밥을 하면 그 당시 가정에서 사용하던 밥그릇으로 세 그릇이 나왔다. 쌀 1되는 곧 한 사람의 하루 세 끼 양식의 기준이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한 사람당 한 달 쌀 소비량은 3말이고 1년이면 36말로 3가마 6말인 것이다.
  시골에 사는 학생이 서울에 친척 집에 가서 학교에 다닐 경우는 매달 쌀 3말을 가져다 드렸다. 이는 친척이기 때문에 자기 먹는 기본 쌀 소비량인 3 말만 부담한 것이다. 그러나 하숙집은 영업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2배의 분량인 6말을 받은 것이다.
  지난 1년간 국민 1인당 쌀 72kg을 소비했다는 것은 자난 날에 비하면 1/3의 분량도 채 안 되는 소비량이었으니 그만큼 쌀 이외에 다른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는 얘기다.
  예전, 국가 산업의 70~80%가 농업이었던 시절에는 쌀은 국가 경제의 주축이었다. 그나마 지금처럼 수리안전답이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농업 기술도 낙후되었고 비료나 농약도 부족해서 쌀의 생산량이 지금의 50%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기에 년 중 흰 쌀밥을 먹을 수도 없어 잡곡 혼식을 했다. 그나마 하루 세끼 밥을 넉넉히 먹기조차도 어려워 춘궁기 보릿고개가 있었듯이 식량난이 극심했었다. 하물며 요즘 같은 기호 식품이나 간식 같은 것은 꿈의 식품이라고나 할까? 좀처럼 먹어 볼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금쪽같았던 쌀이 지금은 남아나서 정부 양곡창고에 묵은 쌀이 산적하고 당 해 년도 생산된 쌀도 전량 수매를 못 하는 실정이 되었으니 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사람들의 입맛이 고급화되어 명품 쌀을 골라서 사 먹을 정도가 되었다. 신세대들은 밥보다는 오히려 빵, 우유, 햄버거, 스테이크, 라면 등의 대체 식에 더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이 남아나는 쌀 소비를 위해 쌀 막걸리, 떡, 쌀국수 과자 등, 쌀을 원료로 하는 음식 제조와 개발에도 한창이다. 배고팠던 지날 날을 생각하면 쌀 소비량이 줄어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같이 배고팠던 시절을 보내야 했던 북한에는 아직도 세계 최빈국 대열에 있으며  국제사회에 구걸을 하고 있지 않은가. 김일성 때부터 이밥에 고깃국을 인민들에게 배불리 먹일 날을 지상의 목표로 했는데 아들 김정일 손자 김정은에 이르는 3대 세습 왕조를 거치면서도 그 뜻을 못 이루고 지금도 이밥의 고깃국을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배부를 때 배고팠던 때를 생각하라고 했다. 우리가 지금 쌀이 남아돌지만, 실은 쌀만 먹는다면 쌀의 절대량은 부족한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약에 의해 외국쌀 수입이 개방되고 있어 쌀이 남을 뿐, 그나마 우리의 쌀 생산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먹을 게 풍성해서인가? 우리나라는 매년 15조 원의 음식 찌꺼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음식찌꺼기를 소각하는데 비용만 1조원이 든다고 한다. 심각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