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세월의 흐름 따라
추석도 세월의 흐름 따라
천년 넘어 이 민족이 명절로 지켜 내려온 추석 풍속도 이젠 세월의 흐름 따라 변해 감을 볼 수 있다.
추석은 본래 농경사회에서 생긴 문화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함께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님께 제를 올리고 가족과 일가친척, 이웃과 나눠 먹는 넉넉한 인심이 우러나는 추석이야말로 명절 중의 명절이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또한 조상들의 묘소에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하며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다. 이를 위해 멀리 타지에 나가 사는 자녀나 형제들이 부모님께서 계신 고향으로 돌아옴으로써 진한 가족의 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이 전통이 변질하여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벌초도 대행업체에 맡겨서 하고 차례 상에 올릴 제수도 전문 업자에게 주문해서 차리기도 한다. 또 부모님께서 안 계신 집에서는 장남의 집에 모여서 차례를 지내던 것을, 형제들이 각기 제수의 종류를 정해 준비해서 묘소로 집결하여, 준비해온 제수로 차례 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내는 집도 있다. 또 어떤 집은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한 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이 정도는 그래도 어떤 형태로나마 실정에 맞춰 형제 가족들이 의좋게 한데 모여 차례는 지내니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사를 제사대행업체에 위탁하여 지내게 하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집도 있다. 제사를 제대로 지냈는지는 후에 영상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비용은 온라인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이런 변질한 모습이 아직은 일부의 사례지만, 시대의 변화 추세로 보아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을 예고하는 게 아닌가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현대 산업사회로 바뀌다 보니 삶의 양상도 많이 변했다 우선 가족 구성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고 형제들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직업 따라 삶의 터전도 국내외 원근 각지로 흩어져 산다. 또 유산의 상속제도도 바뀌어 형제간에 차등 없이 똑같은 비율로 받게 되었으니 과거 장남 위주로 상속되던 시대처럼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고 조상의 제를 모셔야 한다는 명분도 이제는 내세우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번 추석은 긴 연휴인데도 고향에서의 체류 시간이 짧았던 이유로, 며느리들이 귀성을 늦추고 귀경을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유는 가사노동의 부담으로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때문이라 한다. 남편들도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한다.
또 근래에 와서는 장례법도 바뀌어 얼마 전까지도 집에서 치르던 것을 지금은 장례식장에서 치른다. 장묘 또한 매장에서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보니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모시는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화되고 특히 각종 서비스산업이 성행하고 있다. 제수 대행업체, 제사 대행업체, 벌초 대행업체, 장례 대행업체가 생겨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토록 각 분야에 대행 서비스업체가 생겨나고 있으니 집에서 손수 번거롭게 하던 일들을 대행업체에 위탁하여 편리하게 해결하는 세상이 되었다.
시대의 변화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일으키고 따라서 전통문화에도 변화가 따르게 마련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옛 풍습의 변화들이 당장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현실로 받아들일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