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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은행나무
문석흥
2013. 11. 29. 06:43
가을과 은행나무 청량한 날씨와 푸르디푸른 드높은 하늘, 울긋불긋 오색의 단풍,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더 없는 가을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가로수의 노랗게 물든 부채 모양의 은행잎에 한없이 매료된다. 나뭇가지에 수북이 달려 있을 때도 그렇고 낙엽으로 우수수 떨어져 온통 노란색으로 보도를 뒤덮어 그 위를 밟고 걸어가는 기분이야 도심에서 어디에 더 비하랴. 은행나무의 낙엽은 쉽게 사그라지지도 않아서 오래도록 그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어린 시절 노랗게 물든 예쁜 은행잎을 주어다가 책갈피 끼워두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다 있었을 것이다. 어느새 가을의 한 복판인 10월의 하순에 들었지만, 가로수의 은행잎은 아직은 짙은 노란 물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 열매는 벌써 노랗게 익어 인도에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흉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악취를 풍기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벽이면 사람들이 장대를 들고 나타나 채 영글지도 않은 은행을 털어서 쓸어 담아 가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중금속 물질의 오염되었다는 소문에서일까? 아니면 무단 채취로 인한 처벌이 두려워서일까? 은행의 열매는 겉 부분을 싸고 있는 노란 과피는 악취와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고 우리가 먹는 부분은 과피 가운데 씨에 해당하는 딱딱하고 흰 껍질 속에, 열에 익히면 연두색의 연한 육질의 부분이다. 존득존득해서 씹는 맛과 담백한 맛이 어울려 얼마든지 먹어지는 묘미를 가졌다. 게다가 은행은 진해 강장의 보약이 되기도 하고 야맹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은행잎에는 혈액순환제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이 성분을 추출하여 혈액순환의 효능이 있는 의약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뿌리 또한 허약을 보하는 약제로도 쓴다한다. 이토록 은행나무는 자체 각 기관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유익함을 주는 좋은 나무이다. 나무 자체로 보아도 지구상에 현재 생육하고 있는 나무 중에서는 지구의 생성 과정인 지질시대의 고생대 말기서부터 빙하기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남은 최 장수 수목의 하나이다. 나무의 모양도 수려하여 품위도 있고 여름철에는 녹음을, 가을에는 아름다운 노란색 단풍과 맛있고 약효도 있는 열매를 제공하며 병충해도 없다. 그러기에 가로수로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가진 나무이다. 다만 흠이 있다면 떨지는 열매에서 악취가 난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어느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그 냄새 때문에 가로수를 교체하라고 주장한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 자치단체에서는 은행열매를 길에 떨어지기 전에 일제히 따서 따로 처리하여 노인정이나 보육시설 같은데 가져다준다고도 한다. 다 좋은데 단지 그 악취가 문제라면 어떻게 한들 해결책이 없겠는가. 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구상을 잘 해서 시민들에게 악취의 불편도 덜어 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봉사도 할 수 있지 않을 가 한다. 신은 세상 만물을 창조함에 어느 한 개체에게 장점만 다 갖추어 주지 않고 장점 단점을 다 준 것 같다. 사람도 보면 인물이 잘 났으면 재능이 좀 부족하고, 재능이 출중하면 신체가 허약하고, 마음은 한없이 어질고 착한 반면 재물 복이 없고, 한편 성격이 포악하고 독선적인데도 재물 복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이처럼 골고루 다 좋게 갖춘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신이 개체 개체에게 완벽함을 안 준 것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형평을 이루며 살아가라 뜻이 담긴 것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