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거리 풍경
빗나간 거리 풍경
사회가 변화해 가면서 거리에도 희한한 풍경들이 등장 한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비좁은 보도를 날렵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명함 같은 커드를 쉴 사이 없이 날린다. 그 명함형 카드는 어김없이 길가 상가 문 앞에 떨어진다. 카드 뿌리기의 달인이라고나 할까? 카드의 내용은 돈 빌려 쓰라는 것이다. 업주도 제각각 달랐다. 하루 쌓이고 나면 수 십장은 될 법 하다. 요즘 아이들은 딱지치기 놀이 하는 것을 볼 수 없지만 내가 어린 시절엔 딱지치기 놀이를 많이 했다. 그때 만약 이런 카드가 거리에 깔리도록 흔했다면 딱지 감으로 안성맞춤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자고난 아침거리를 보면 대리운전을 소개하는 전단지나 반나체의 요염한 여인의 사진이 전화번호와 함께 찍혀진 카드들이 길바닥을 모자이크 했고 길가에 세워 둔 차의 유리창에도 어김없이 끼워져 있다. 그뿐이랴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그려진 나이트클럽 선전 전단지나 포스터도 빈 건물 벽면을 도배하듯 했다.
낮에 길을 걷다 보면 아파트 단지 입구나 공공기관 앞 공지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보도에는 어김없이 노점상들이 차지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파는 나물, 묵, 두부, 잡곡류를 비롯해서 트럭으로 싣고 온 의류, 신발류, 일용잡화, 과일 등도 있다. 그밖에도 사주팔자 봐 주는 사람, 이상한 종교를 전파하는 사람도 있다. 거기다 압축 공기를 주입해서 세운 입간판, 인도를 가로 막고 주차된 차량도 한 몫을 한다.
이런 풍경들은 바로 우리 사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게 아닌가 한다. 전단지나 카드 포스터 등의 광고물들은 그 유포 방법에서 엄연한 불법이다. 노점상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생계를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명랑하고 아름다운 거리의 질서와 환경 유지의 측면에서는 간과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마구 유포하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 미화원들은 새벽부터 거리를 도배하듯 한 전단지나 카드를 쓸어 담느라 수고를 한다. 한편 노인들이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건물 벽면에 마구 부착된 포스터를 떼고 사채선전 카드를 줍는다. 미화원들은 그 직에 대한 정해진 보수를 받겠고 노인들도 수고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 보수나 대가는 결국 시민의 돈이 아니겠는가?
외국을 여행해 봐도 우리보다 후진국일수록 거리환경이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이런 거리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남들이 다 부러워했던 70년대의 새마을 운동과 그 정신은 이젠 정녕 잊혀지고 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