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지국에서 패륜지국으로
삼강오륜의 풍토 속에 살아온 나라, 동방예의지국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패륜의 나라로 변해가는 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유교의 대표적 사회윤리이고 양존음비(陽尊陰卑)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유리관이다. 임금은 신하의, 아버지는 자식의, 남편은 아내의 근본이 된다고 했으니 오늘의 음양 평등의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륜은, 부모 자식 사이에 친근함이 있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고,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분별이 있고,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차례가 있고, 벗과 벗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삼강오륜은 존비(尊卑)의 관계를 떠나서 일반적인 사회윤리 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오늘날과 크게 차이점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누대에 거쳐 잘 지켜오던 삼강오륜을 바탕으로 한 예의범절이 오늘날에 와서 왜 이렇게 타락하였을까? 물질만능이 원인이라고도 하고 무분별한 외래 문물의 유입이라고도 하고 어른들이 본이 못되고 가르침의 부재라고도 한다. 요즘 보도되는 내용으로만 봐도 청소년들의 무례한 행위가 도를 지나칠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노인이 옆에 앉은 젊은이가 다리를 꼬고 앉아, 신발의 흙이 바지에 닿아 다리를 내리라고 하니까 험한 욕설과 한 방 주먹이라도 날릴 듯이 대드는 행위, 옆에 아기가 귀여워 좀 만졌다고 할머니에게 욕설하며 손 지검을 한 젊은 아기 엄마의 행동, 이런 동영상이 공개될 정도니 단순한 소문만은 아니지 않는가. 가족 관계에서도 자식 며느리가 늙은 부모를 극진히 봉양은 못 할망정 학대하다 못 해 때리고 심지어는 살해까지 하는 끔찍한 사건도 사실상 일어나고 있으니 어찌 패륜사회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학교에서는 어떤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형태로건 체벌을 금하게 되어 있으니 오히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심지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남학생이 여선생님보고 사귀자고 하고 첫 키스는 언제 했느냐? 첫 경험은 언제 했느냐? 등의 희롱도 한다. 또 여선생님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선생님이 흑판에 판서하는 동안 학생들이 일어나 몸을 흔들며 춤을 추다가 선생님이 돌아서면 일제히 자리에 앉는 난장판 수업시간도 있다. 또 선생님이 학생의 잘못을 꾸짖으려 하면 “때려봐!, 사진 찍어!”이런 식으로 반항한다. 어쩌다 뺨이라도 한 대 맞으면 학부모가 학교로 달려와 선생님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어떤 학부모는 선생님을 향해 “시집도 못 가고 아이도 못 나 키워 본 x이 뭘 안다고 선생을 해!”하며 학교에 와서 행패를 부렸다. 이런 정도는 이미 보도된 내용이라 전 국민이 다 아는 바이다. 옛날에는 어느 학교에건 호랑이 선생님이 한두 분 계셨다. 그 호랑이 선생님 앞에서는 모두가 다 숨을 죽이지 않았던가. 지금은 호랑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오히려 호랑이가 된 셈이다. 스승님의 그림자조차도 밟기가 죄스러워서 저만큼 뒤에서 걷는다고 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권위는 무조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그 스승의 권위가 추락하고 학생의 인권만 존중되고 있으니 무슨 수업이 되고 교육이 되겠는가.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최소한의 간접체벌마저도 금지하고 있는 일부 진보 좌파 교육감님들은 요즘 교실이 난장판이 되어도 그것은 체벌과는 별개라고 주장한다. 이런 패륜 행위가 비록 적은 수라고는 하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일뿐더러 속수무책으로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고 보니 미래 사회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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