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나라
소주 나라
소주는 약주나 막걸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전통 술이다. 그러나 소주하면 듣기만 해도 쓰고 독한 이미지가 풍기는 술이다. 전에는 가정에서도 신 막걸리를 가마솥에 쏟아 붓고 솥뚜껑을 뒤집어 덮은 채 불을 때서 김이 솥뚜껑에서 서려 떨어진 물방울을 받아서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불을 때서 고열로 내린 술이라 燒(불사를 소), 酒(술 주)자를 써서 소주라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화학적인 용어로 증류라 하지만 그 당시는 보통 소주를 내린다고 했다. 이렇게 내린 소주는 투명하고 알코올 도수가 40~50%나 되어 몹시 쓰고 독하며 알코올 냄새와 함께 소이 화덕 냄새라 불리는 역한 냄새까지 풍겼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재래식 방법이 아니고 곡류를 발효시켜 증류하여 농축시킨 주정(酒精)을 원료로 물에 희석 시키고 향신료나 여러 첨가물을 첨가 하고 알코올 도수도 조절하여 대량 생산을 한다. 이렇게 만든 소주를 희석식 소주라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소주의 원조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소주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수가 30% 이었었는데 점점 도수가 내려가 25%, 22%로 내리더니 요즘은 20,1%, 19,5%로 떨어지고 용량도 720ml(4홉)에서 360ml(3홉)으로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소주 본래의 쓴맛도, 독함도 취기의 정도도 약화되었다. 오히려 냉장고 속에서 적절히 냉온을 유지하여 혀끝에 스치는 시원하고 감미로운 맛으로 은은하게 취하는 그 매력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구하고 부담 없이 즐겨 마시는 대중화 된 술이 되었다.
요즘은 대중식당에서도, 주점에서도, 회식 장소에서도, 야유회에서도 어디서도 소주는 약에 감초처럼 빠져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TV드라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소주 마시는 장면을 예사롭게 볼 수 있다. 마시는 량도 1병 정도는 보통 수준이다. 대중적 술이라서인지 슈퍼마켓에서는 1,000원정도, 식당에서는 3,000원이니 비교적 싼 셈이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 보면 5,000원, 10,000원을 호가 한다. 그러기에 해외여행 시에 주당들은 팩 소주를 수 십 개씩 가방 속에 넣고 나간다.
이 쯤 되면 우리나라는 소주의 나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그 나름대로 애환을 달래주고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서민들의 애주인 소주가 이젠 국민주에서 나라의 술로 발전했으면 한다.
‘데킬라’하면 멕시코, ‘럼’하면 스페인, ‘보드카’하면 러시아, ‘배갈’하면 중국, ‘사께’하면 일본을, ‘와인’하면 프랑스를 떠 올리듯이 ‘소주’하면 코리아로 전 세계인에 입에 오르내릴 정도가 된다면 이 또한 한류 열풍에 일조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