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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장머리

문석흥 2013. 11. 28. 16:47

버르장머리



   ‘버르장머리’란 말은 ‘버릇’이라는 명사의 속어이다. 사람들은 버릇이라는 아어(雅語=바르고 우아한 말)보다는 속어인 버르장머리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대체로 ‘있다’보다는 ‘없다’라는 존재사를 붙여서 쓴다.
   사람들이 아어를 놓아두고 굳이 속어를 쓸 경우는 그만큼 그 대상이 못 마땅하게 보이거나 심기가 불편해서 이다.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한 분도 광우병 촛불 시위대를 향하여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예의를 제대로 못 차릴 때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국가 사회에 이르기까지 유교의 영향을 받아왔기에 현대화된 오늘날에도 유교적 윤리관이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세대차가 있음도 이 윤리관에서 오는 원인이 크다 할 것이다.
   나 역시 신세대들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때로는 요즘 청소년(중고생)들의 무례하고 무질서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개탄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 차안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낯모를 어른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어른들이 보거나 말거나 전혀 의식 없이 담배를 피운다. 좁은 인도를 삼삼오오 몰려서 지나가면서 마주 오는 어른에게 길을 비키는 경우도 없다. 가끔씩 너무 지나치다 싶어 정중하게 그릇된 행동을 타이르면 겸손히 수용하는 태도가 아니라 ‘네가 뭔데 상관이냐’는 무언의 저항으로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본다. 예서 한 마디만 더 하면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릴 듯 한 태세이다. 이런 막가는 녀석들에게 더 이상 어쩌겠는가. 그저 한없는 수모 감을 안고 지나치고 만다.
   그 뿐이랴, 교복을 입은 채 길거리에서 남녀 학생이 끌어안고 버젓이 러브신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본다. 특히 여학생들이 입고 있는 교복도 말이 교복이지 제멋대로 뜯어 고쳐 짧고 타이트하게 입었으며 머리는 모두가 길게 풀어 늘인 산발이다. 그들이 떼를 지어 가면서 내뱉는 어휘들은 거의 다 저속어 들이다.
   지금은 학교에 교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같으면 무두가 정학이요 퇴학 감 들이다. 한마디로 요즘 청소년들 버르장머리가 없다. 학교에서 버릇 나쁜 학생에게 선생님이 나무라거나 다소 체벌이라도 하면 당장에 그 선생님은 학부모로부터 아이들 보는 앞에서 머리채를 잡히고 따귀를 맞는 것이 오늘의 교육현장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어찌 아이들이 올바른 버릇이 들여지겠는가.
   아이들의 개성 신장도 좋지만 자제력 없는 자유는 방종(放縱)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