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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온다 뚝!"

문석흥 2013. 11. 28. 16:50

'순사'온다. 뚝!
  


   어린 아이가 울고 떼를 쓸 때 아무리 달래고 꾀셔 봐도 끝내 듣지 않으면 최후 수단으로 등장하는 엄마의 처방이, “순사 온다. 뚝!”이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이 때 웬만한  아이는 다 이 말에 공포감을 느끼며 막무가내로 울던 울음을 뚝 그치고 엄마의 치마폭으로 숨는다.
   지금은 들어 볼 수도 없는 말이 되어 버렸지만 일제 치하에서는 흔히 써먹었던 아이들의 이유 없는 울음 정지의 특효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서글픈 얘기다. 일제 때 ‘순사’란, 지금의 경찰로 따지면 맨 말직인 ‘순경’과 같은 계급이다. 그 순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기에 어린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한다는 것인가? 그것도 직접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순사’라는 말만 듣고도 말이다.
   일제하에 우리 국민은 살아있어도 산목숨이 아니었다. 항상 감시당하고 조금만 잘못하면 순사들에게 잡혀 가서 고문당하고 인권이라고는 조금도 보호 받지 못하는 노예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 성씨도 모두 일본식으로 갈아야 했고 학교에서는 우리의 역사는 가르치지도 못했고 일본 말을 반드시 써야 했다. 만약 한국어를 쓰다가 적발되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우리의 고유의 명절인 음력설도 못 쇠고 일본 설인 양력설을 쇠야 했고 신사 참배를 해야 했다. 일일이 꺼내 보자면 한도 없다. 36년간을 이런 압박과 공포와 설음 속에서 살았으니 오죽했으면 어린아이가 울다가도 ‘순사 온다!’ 라고 한 마디 하면 울던 울음을 뚝 그쳤으랴.
   해방이 되면서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되찾고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면서 인권과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치안을 맡은 경찰은 공포와 억압의 경찰이 아닌 명실 공히 민주경찰이고 민중의 지팡이였다. 각 파출소 마다 현관 머리에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믿음직스런 구호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권과 자유가 너무 보장되어서인지 주정뱅이도 순경에게 ‘네가 민주 경찰이야?’ 라며 대들고 파출소의 기물을 파손시키는 난동도 서슴지 않는다. 시위대에게 잡혀서 경찰복이 벗겨진 채 매를 맞는 경찰관도 있다. 경찰 차량이 시위대에 의해 넘어지고 불태워 지기도 한다. 힌 편 시위 진압과정에서는 시위대도 물대포도 맞고 다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경찰관들이 오리려 몰리고 얻어맞고 하는 허약한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지금은 부정선거를 하고 독재를 하고 장기집권을 하는 시대도 아니다. 단체이건, 개인이건 시민 된 입장에서 다 같이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성숙한 민주 시민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길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