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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락장송들이 왜 뽑혀져 가야 하나

문석흥 2013. 11. 28. 16:54


낙락장송들이 왜 뽑혀져 가야 하나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이 밑둥채 뽑혀, 초대형 트럭에 한 그루 씩 길게 눕혀져 묶인 채, 20여 대가 줄지어 대로를 달려가는 보기 드문 장관을 보았다. 이 장송들은 어디서 생육하다가 무슨 목적으로 어디로 뽑혀져 가는 것일까? 굼굼해 졌다. 화목이나 목재로 쓰고자 뽑아 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어느 지역에 새로 조성되는 공원이나 명망 있는 시설물의 조경용으로 가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소나무 중 특히 적송은 이 땅에서 자생해 온 원종이다. 붉은 색을 띄는 줄기에 가지가 축축 늘어진 키가 크고 기품 있는 나무로서 낙락장송이라고도 부른다. 낙락장송 하면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의 시조가 떠오른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이처럼 낙락장송은 멋도 있으려니와 지조 있는 선비의 기품과 고고한 기상을 풍기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나무가 요즘은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없고 깊은 산중이나 그 것도 특정한 곳에서나 드물게 남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값도 비싸고 운반도 용이치가 않아 그 희소가치가 대단하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산 중에 있기보다는 도심의 공원이나 명소에 옮겨다 심으면 한결 운치를 더 해 주어 그 진가를 잘 나타낼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트럭에 실려 가는 소나무들은 어림잡아 100년 내지 그 이상 살아온 나무인 것 같은데, 새로운 자리에 옮겨 심고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다 동원하여 살린다 해도 제자리에 있을 때만 하겠는가. 더러는 죽고 살아 있어 봐야  아래쪽 가지는 잘리고 위쪽 가지만 남긴 채 환자가 되어 마지못해 살아가는 처지가 아니겠는가. 그 모습으로 살아봐야 얼마나 더 유지할 것이며 오히려 제자리에 있을 때보다 단명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람도 늙으면 산간 오지에 초가삼간에 살아도 저 살던 환경이 더 좋은 법, 나무도 생명체이긴 매한가지인데 왜 아니 그렇겠는가.
  조경도 급조하기보다는 긴 세월 가꿔가며 자연스레 자리잡아가는 조경이 더 순리일 것이다. 이뿐이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매사 당장 눈앞만 보는 조급증이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