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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경은 옛말

문석흥 2013. 11. 28. 16:56

어른 공경은 옛말


   20여 분을 기다려 내가 타려는 시내버스가 왔다. 버스는 정류장이 있는 갓 차선으로 와서 서지 않고 오던 차선으로 와서 바로 섰다. 학생들과 몇 젊은이들은 잽싸게 달려 나가 차에 올랐고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평상 걸음으로 버스 문 앞에 다가서려는 순간 버스문은  닫히며 출발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급히 버스 문을 두드렸지만 버스는 인정사정없이 떠나버렸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이 광경을 본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섰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순간 내가 오히려 멋쩍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기다려 다음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 볼 일을 다 보고 돌아오고자 또 시내버스를 탔다. 마침 하교 시간이어서인지 학생들이 많이 타고 빈 좌석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손잡이에 의지하고 버스가 흔들리는 대로 몸이 꽈배기 꼬이듯 내 뜻과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꼬여 가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학생들이었는데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었다. 두 정거장을 갔는데 내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일어나 내렸다. 나는 내심 이 자리는 당연히 내 자라거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앉을 태세를 갖추려 하는데 옆에 있던 중학생 녀석이 나를 건드리면서까지 빠른 동작으로 와서 앉는다. 그러니 이 어린 중학생 녀석하고 자리싸움을 할 수도 없고 그저 야속한 마음을 앉고 손잡이에 매달려 춤추는 꽈배기의 모양으로 끝까지 왔다.
  인정사정없이 문을 닫고 출발한 버스기사, 노인을 물리치고 자리를 빼앗다시피 차지하는 중학생,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온종일 마음 상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어른이라고 해서 꼭 자리를 양보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더 일도 많이 하고 고생하는데 그들이 더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출산율 저하로 앞으로는 노령 인구가 더 늘어 가고 의료 기술 발달, 생활향상 등의 영향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감으로 젊은이들의 노인 부담률이 커져 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잖아도 요즘 일부 젊은 엄마들은 자녀들보고 이르기를, 차안에서 어른들에게 자리 양보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공부하느라 지치고 무거운 책가방 메고 다니느라 힘 드는데 왜 차안에서까지 자리를 내줘야 되느냐다. 오히려 어른들이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 된다는 논리다. 무슨 반론으로 이를 설득하겠는가.
  한긴 선진국이라는 나라를 가 봐도 어른들에게 자리 양보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지하철에도 우리처럼 경로석이 따로 없다. 이런 선진국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앞날의 모습을 그려볼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하철은 무료승차할 수 있는 노인 우대권을 주고 차안에는 경로석이 따로 있어 편히 앉아 갈 수 있으니 행복이 아닌가.
  강제적 어른 공경이 얼마나 가랴. 어른들도 이젠 현실 감각에 좀 더 민감해 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