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 사는 사람들
세상에는 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두 유형이 있다. 그 하나는 타고난 순진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법이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하늘의 법도만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유형의 사람이다. 또 하나는 세상의 법을 알 만큼 알면서도 그 법을 도외시하거나 교묘히 이용해 가며 제 멋대로 살아가는 유형의 사람이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은 다 같이 법 없이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정반대로 엄청나게 거리가 있다. 얼른 생각해봐도 전자와 같은 사람들만 이 세상에 산다면 구태여 법이 있을 필요가 없다. 따지고 보면 법은 후자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어쨌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때로는 법이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법 없이는 하루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치 입고 다니는 옷이 때로는 거추장스런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옷을 벗어버리고 살 수 없듯이 법이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법은 누구든지 반드시 지켜야 하며 또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익히 배워온 얘기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체로 법을 어기고도 처벌에 대해서는 기피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러기에 일단 법에 걸려들었다 하면 모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우선 직 간접으로 해당 관서와 잘 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제일 쉬운 방법이 학연, 지연, 현연, 지인, 친구 등에서 찾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금품도 고귀한 선물도 제공된다. 이렇게 해서 효과를 보아 무혐의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
법을 위반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하고 자성하고 다시는 범법행위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거늘, ‘재수 없이 나만 왜 걸려’ 하는 이런 마음부터 앞서 오히려 법을 경시하며 재범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야 법에 걸릴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은데 왜 나만 걸렸으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만큼 법은 있어도 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가운데서도 진짜 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을 모르고 살아가면서도 법을 어기는 일이 절대 없다. 법을 어기는 사람도 법을 다스리는 사람도 다 같이 법을 놓고 흥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연과 금품 앞에 양심을 팔고 법을 속일 수는 없다.
사람 사는 사회에 법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진정으로 법 없어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완전한 준법 사회는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