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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없던 시절

문석흥 2013. 11. 28. 17:00

냉장고가 없던 시절


  현재 6~70대 이상 된 사람들은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을 살았던 기억이 있을 게다. 그 시절엔 국산 냉장고가 생산되지 않았고 부유한 집에는 더러 냉장고가 있었지만 그나마도 미제나 일제였다.
  냉장고는 생각도 못 하던 시절, 유일한 냉장 시설이 있었다면 집 안마당에 있는 우물 속이었다. 좀 상할만한 음식물은 소쿠리 안에 담고 평형을 유지하도록 끈을 매서 우물물 표면에 닿지 않을 만큼 우물 안으로 내리고 지상 부분의 줄을 우물 전에 고정하는 것이다. 우물이 깊을수록 온도가 낮아 냉장 효과는 더 있었다.  
  요즘 신세대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원시인들의 생활이 아니냐고 웃을 일이지만 불과 5~60년 전의 우리의 삶의 모습이었다. 이때는 대부분의 서민들 가정에서는 식생활조차 곤궁해서 음식을 남겨 상하게 할 만큼 여유도 없었고 식단의 내용도 대부분 식물성이고 염장 식품이나 발효 식품류였다. 부패도 쉽고 독성도 강한 육류는 큰 잔치 때나 명절, 제사 이외는 좀처럼 구경할 수도 없었다. 간혹 먹다 남은 고기가 색깔이 좀 변하고 냄새도 이상해 져 부패가 이미 되었어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물에다 잘 씻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밥도 쉬면 역시 맑은 물에 씻어서 먹곤 했다. 물에 씻는다고 해서 부패균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식중독을 일으켜 사망을 하거나 배탈이 나는 경우도 없었다. 그 시절을 그 당시는 몰랐으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눈물겨운 삶이였다.
  TV에서 우리 봉사단들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가서 난민들을 도우며 그 들의 삶의 모습을 촬영한 현장 사진을 보니, 저 사람들이 과연 사람들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불쌍하고 비참했다. 참아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음식이거늘, 그나마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이고 식수도 멀리 걸어가서 흙탕물을 길어다가 그대로 마시고 있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게 이상했다.
  우리도 한 때 먹을 게 없어서 상한 음식도 막 먹을 시절엔 체질도 식중독을 감내할 만큼 내병성도 강한 것 같았다. 요즘 좀 잘살게 되었다고 지나치게 위생을 따지고 모양 좋고 품질 좋은 식품만을 선호하다보니 한 편 내병성은 약해진 게 아닌가 한다. 따라서 겉보기에 땟물 좋고 흠 없는 식품을 다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농약이나 유해한 화학성 비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해독은 역으로 사람에게 돌아오고 있다.
  늘 먹는 소중한 음식물의 부패를 막고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냉장고, 만약 냉장고가 없다면 우리의 식탁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이미 냉장고에 중독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