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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결혼식 이벤트

문석흥 2013. 11. 28. 17:01

별난 결혼식 이벤트


  요즘 결혼식장에 가 보면 언제부터인가 예식 말미에 이벤트가 있다. 이 이벤트는 주례의 권한도 없고 오직 사회자의 권한으로 이뤄지는데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신랑의 정력 테스트라 해서 신랑에게 즉석에서 ‘엎드려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사회자의 명령에 따라 횟수마다 번호를 붙여가며 지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또 신부를 업고 몇 바퀴 맴돌게도 한다. 이밖에도 만세 3창 부르기, 이런 저런 구호를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크게 외치기 등이 있다.
  이런 이벤트도 갈수록 별난 게 창작되어 나온다. 최근 어느 결혼식장에서 경제활동 테스트라는 이벤트를 보았는데 내가 그 동안 본 것 중에는 아주 신종인 것 같았다. 이 역시 사회자의 해설과 함께 지시에 따라 신랑이 아무 거부감 없이 실행에 옮겼다. 사회자의 해설인즉, 만약 생활이 곤궁해 졌을 때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어떻게 하는가를 테스트 한다는 것이다. 신랑에게 신고 있는 구두를 벗어 들게 하고 하객들에게 돈을 받아 구두 속에 담아다가 신부에게 바치는 것이다. 신랑은 어김없이 구두를 벗어 양 손에 들고 다니며 양 가의 친척들이나 친지들에게 구걸 아닌 구걸을 했다. 구두를 벗어 들고 나타난 신랑의 구두 속에 지갑에서 푸른색의 지폐를 꺼내  넣어 주는 그 친척이나 하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희한한 이벤트에 양 가의 부모님이나 일가친척, 친지 등 여러 하객들은 동작 하나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웃음거리로 보아 주지만 이런 이벤트는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한다. 결혼식은 기쁨과 축복의 행사이다. 그러기에 가능한 한 즐겁고 화기한 분위기 속에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결혼의 신성함과 그에 따른 예도는 지켜야 할 것이다.
  옛날 우리의 전통 혼례에서도 코믹한 면이 없진 않았다. 초례청에 들어가는 신랑을 향해 동네 청년들이 재꾸러미를 던지거나, 신랑을 단다고 해서 약간의 신체적 고통을 주는 의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코믹하면서도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재를 뿌리는 것은 초례청으로 숨어 들어가는 악귀를 물리치자는 것이요, 신랑을 달아매서 발바닥을 치면서 약간의 고통을 주는 것은 신부를 데려다가 구박하지 말라는 애교 있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동네 처녀를 빼앗기는데 대한 질투심도 다분히 내재 되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의 이벤트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직감적이고 낮 뜨거울 정도의 야한 장면을 예식 중에 그대로 실현하는 해야 하는 것인지?  
  결혼 예식도 그 민족이나 나라마다 독특한 하나의 문화인데, 문화는 한 번 굳혀지면 오래 가는 속성이 있다. 이왕이면 깊은 의미도 담기고 좋은 전통으로 이어 갈 수 있는 문화로서 오래도록 이어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