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과 ‘일’이 풍성한 5월 5월 달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달 둘씩 있는 절후 외에 ‘○○날’이 13개, ‘○○일’이 2개, ‘○○기념일’이 1개 등 모두 18개가 있다. 1년 12개월 중에 5월처럼 이렇게 각기 의미를 새기는 날이 많은 달도 없다.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 신선한 연둣빛 신록, 향기롭고 화사한 봄꽃 들, 이런 자연의 선물을 듬뿍 안겨 받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모든 찌든 앙금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서일까. 그래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고, 또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이라는 별칭이 붙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가정의 날 같은 날들은 가족과 가정이 관련되어 있다. 스승의 날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가정의 달’로 더 의미를 두는 게 합당할 것 같다. 가정은 인간의 행복한 안식처요, 보금자리다.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양육처이고 자식의 인성을 키우는 교육처인 곳이다. 가정의 구성은 부모와 자녀들로 되어 있으며 혈연적으로는 1촌과 2촌 사이로 가장 가까운 관계이다. 그래서 5월은 가족 간에 짙은 혈육의 정을 새기며 감동을 주는 달이다. 어린이날에는 젊은 아빠 엄마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유원지에서, 운동회에서 함께 뛰며 즐기기도 하고 평소 갖고 싶어 하는 선물도 사주고 맛있는 먹을거리도 사주며 어린 자녀들의 마음속에 아빠 엄마의 깊은 사랑과 정을 심어 준다. 또 어버이날에는 노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큰 절을 올리며 정성껏 마련한 선물과 용돈도 드리고 좋은 음식도 대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 모시고 평소 못 가보던 곳에 여행도 다녀온다. 이렇게나마 하루라도 자녀들에 대하여, 부모님에 대하여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사랑을 베풀고 낳아서 키워 주신 은혜에 보답하며 효도를 실행하는 것은 더 없는 감동을 주며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을 가슴 속 깊이 새기게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인가. 물론, 이런 모습이 정해진 하루만의 행사로 그칠 게 아니고 연 중, 아니 평생토록 이어가야 할 일이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정성과 사랑 속에 자라서 저들도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잘 키우고 또한 키워준 노부모들을 섬기는, 인간으로서의 이런 삶의 모습이 불변의 법칙으로 이어갔으면 오죽 좋으랴.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가족 간에 사랑과 정이 메말라 감도 없지 않다. 젊은이들 사이에 '3포'라는 유행어가 있다. 즉, 취직 포기, 결혼 포기, 자녀 포기 등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청년기에 들어서면, 먼저 생계를 위한 취직을 해야 하고 그 다음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뤄야 하고, 그 다음은 자녀를 낳아 키워야 하는 것이 인생살이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3포라니…,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청년 실업자가 수두룩하다. 혼령 기를 훨씬 넘긴 총각 처녀도 많다. 결혼을 했거나 안 했거나 아기를 안 갖겠다는 주의다. 그 원인은 취업이 어렵다는 점, 따라서 결혼도 늦어지거나 아주 혼기를 놓치는 점, 자식을 낳아봐야 키우고 교육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참 서글픈 일이다. 노인층에서는 또 어떤가. 황혼이혼, 독거노인, 빈곤노인, 치매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이 예전과 달라졌다. 노인들은 늙으면 노인요양시설로 가서 쓸쓸히 살다가 일생을 마감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이름만의 날로, 하루 행사의 날로, 5월 달력에 기록되는 날이 되지 말기를, 그리고 ‘3포’의 시대가 되지 않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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