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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띠 해에 소를 바라보며

문석흥 2013. 11. 28. 17:15

소띠 해에 소를 바라보며


  소띠 해를 맞이했다. 소는 근면, 충성, 성실, 온순, 튼튼 등의 상징으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이런 이유로 12지 열 두 동물 중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특히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는 소로부터 받은 혜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논밭을 갈고 달구지를 끌며 짐 실어 나르고 온갖 힘들여 하는 일은 소가 다 맡아 했다. 때 되어 새끼를 낳아 대를 이어 갔으며 때로는 장에 끌려 나가 팔려가는 신세가 되면서까지 주인에게 경제적 도움까지 주는 살림밑천이기도 했다.
  아들 딸 혼인 시킬 때, 대학을 보낼 때 그 엄청난 큰돈을 소가 감당해야 했다. 70년대 산업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세대들의 대학 등록금은 소의 희생으로 마련되었다 해서 당시의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토록 묵묵히 일만 하고 온순한 성품으로 주인에게 순종하며 마지막엔 자신을 희생하여 거액의 몸값을 주인에게 다 바치고 가는 그 소였거늘, 사람들은 그에게 부질없는 오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쇠귀에 경 읽기’, ‘소눈깔’,‘ 소 뒤 걸음에 쥐 잡는다’,   ‘쇠귀신’ 등. 물론 악의적인 뜻으로 지어낸 말은 아니겠지만 소가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이 가당치도 않은 말에 대해서 얼마나 서운해 할 일인가.
  그렇지만 사람이 감히 따른 수 없는 소의 모범적인 성품을 기려, 학교나 단체의 상징 동물로 정하여 소의 전신동상을 해 세우기도 하고 두상을 만들어 건물 벽에 걸기도 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마스코트를 만들기도 한다. 옛날 공화당의 마스코트도 황소였음을 다 기억할 것이다. 또 문인이나 화가들이 작품 속에서도 소를 많이 예찬했다. 이광수의 수필, ‘우덕송’이라든가 정시용의 시 ‘향수’등은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이밖에도 소에게는 의로움도 있어 주인을 구하고 죽은 소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그런데 요즘은 농촌에 가도 소를 볼 수가 없다. 농기계의 발달로 소가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 소는 농우(農牛)가 아니라 육우(肉牛)로 호적을 바꾼 것이다. 소의 숙소였던 외양간도 없어지고 마당 끝에 박혀있던 소 말뚝도 뽑혀져 나갔다. 그들은 모두 외진 곳에 지어진 축사 속으로 끌려가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일 대신 먹고 살만 찌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서양 호적의 소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입지가 약해져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작년 한 때는 병든 외국 소를 못 들어오게 촛불 시위까지 벌였지만 공연한 일을 했던 것이다.
  우공들이여, 지금은 코뚜레도 안 뚫고 힘든 일도 안하고 좋은 사료만 먹고 편안하게 지내다가 사람들의 식탁으로 올 날만 기다리며 사는 귀한 몸이 되었지만 본래의 그 좋은 품성은 그대로 지닌 채 2009년을 우리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