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온천 온양온천 하면 이름 그대로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멀리로는 조선조 세종 대왕이 안질 병을 치료하기 위해 행차했다는 기록이 있고 그 후 세조 헌종 숙종 명종 영조 정조 왕도 다녀갔다 한다. 한때는 신혼여행지 하면 온양온천이었을 정도로 각광을 받던 곳이다. 지금 노년층들은 신혼여행으로 온양온천을 다녀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산업화 이후 우리 국토의 곳곳에 새로운 온천이 개발되어 온천수의 수질도 좋고 현대화 된 대형 시설의 온천탕이 생겨서 온양온천의 예전에 화려했던 명성은 퇴색 되고 사람들의 발길도 점점 끊어져 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돈다더니 죽어가는 고목에도 꽃이 피듯, 요즘 온양온천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그 이유는 지하철 1호선이 경기 남부 종점인 천안역에서 더 연장되어 온양온천역을 지나 신평이라는 곳까지 새로 개통되어 운행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제일 먼저 반겨 찾는 손님들은 노인들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전국 어디서나 지하철은 무료로 우대권을 받아서 탈 수 있다. 그래서 지하철이 닿는 지역 내의 명소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우선 차비가 들지 않으니 얼마든지 다닐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전철 안에는 경로석이 따로 있어서 앉아서 갈 수도 있으니 이런 땡이 어디 또 있겠는가. 나 역시 며칠 전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온양온천에 다녀왔다. 천안역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나니 차 안에는 온통 노인 승객들만 남아 있었다. 천안에서 일곱 역을 지나 온양온천역에 도착하니 노인들이 다 내리고 차는 빈차나 다름없었다. 역 앞 광장에는 손님을 알선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업소를 선전하는 전단지를 나눠 주며 손님 유치에 열을 올렸다. 주로 온천탕과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온천탕에 갔다. 온천탕은 구시설이지만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6000원짜리 동태탕 집을 갔다. 이곳에도 역시 노인들로 꽉 찼다. 어쨌든 온양온천은 뒤늦은 호황을 맞은 것 같다. 얼큰한 동태탕에 반주도 걸치고 고조된 기분으로 역사에 나왔다. 대합실 안도 승강장에도 온통 노인들 천지였다. 역사 안에는 일일이 그 많은 노인들에게 우대권을 주기가 번거로워서인지 자동발급기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인식판에 주민등록증을 놓으면 신기하게도 하얀 우대권이 나왔다. 승강장에 도착한 청량리행 전동차는 거의 빈차였으나 온양온천역에서 탄 노인들로 절반 이상은 찬 것 같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지만 철도청 당국이나 매표 승객들에게 미안한 감이 들었다. 새로 연장 개통된 전동차에 공짜 승객인 노인들만 가득하니 눈총 받는 신세가 아닌가해서다. 누가 지어냈는지,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로석에 정좌하여 눈을 감고 참선하듯 하는 노인들을 풍자하여 붙인 이름이 ‘지공선사’라고, 이 쯤 되면 이미 노인의 위신도 전락된 게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