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과 버림
요즘은 밥그릇이 작아졌지만, 전에는 1000cc 정도의 용량만큼 컸다. 밥을 담으면 실제 용량 이상으로 눌러가며 수북이 담았다. 왜 그랬을까? 가난했기에 밥 이외는 먹는 게 지금처럼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다 먹고 싶었지만 반쯤 먹고 남겼다가 점심에 먹어야 했다. 어려운 가운데도 손님이 오면 평소보다는 좀 낫게 밥상을 차려 대접했다. 손님 또한 적당히 먹고 남겨야 대접받는 예의였다. 그것은 남긴 음식을 식구들이 먹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날 우리의 식사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음식을 남기는 것은 예나 다를 바 없지만, 남은 음식을 다시 먹는 게 아니라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의 음식 특징은 대체로 액체 식에다 찬이 많다. 밥과 국, 찌개는 꼭 있어야 하고 찬으로 김치와 나물, 각종 조림, 튀김, 장아찌 젓갈 등 수없이 많으며 국이나 김치, 찌개만 해도 그 종류가 한둘이 아니다.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평범하게 차려지는 식탁에도 밥과 국외에 찬 종류가 아무리 적어도 4~5가지는 된다. 음식점에 나가 회식이라도 하다 보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전라도 지방에 가서 음식점에 들어가, 한정식이라도 주문해 먹다 보면 수십 가지의 반찬이 큰 밥상 위를 가득 채워 나온다. 너무 많아서 어떤 반찬에는 젓가락 한 번 가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남긴 채 식사를 마친다. 이렇게 많이 차린 반찬들, 또 많이 남긴 반찬들을 다 어떻게 처리하는지 의문스럽다. 다 버린다는 것도 그렇고, 다시 다른 손님상에 내 놓는다는 것도 그렇고 둘 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지 수가 많고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 내 놓는 식탁에 칭송을 아끼지 않고, 조촐하고 간결한 식탁에 대해서는 마치 푸대접을 받는 양 서운 해 한다. 비록 남겨서 버릴지언정 간소하게 차려 먹는 식탁보다는 푸짐한 눈요기 식사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식사문화다.
일본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내용의 식사를 한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철저하게 간소한 식사다. 단체로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해봐도 개별식사로 나온다. 대체로 가짓수도 적고 양도 적다. 부족해서 더 요구하면 추가분에 대한 값을 더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음식을 남길 게 없이 다 먹는다.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인색하게 여기겠지만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버려지는 음식 찌꺼기의 양이 12,370톤이라는 통계가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4조 7천억 원이며 이를 처리하는데 연간 4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 소중한 음식을 이렇게 버려서야 되겠는가. 식단의 개선을 위한 국민운동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