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의 한 원인이 된 문병
한국과 세계보건기구 메르스 함동평가단의 이 번 우리나라의 메르스 감염 실태를 조사한 평가 발표 내용을 보면, 감염 질환을 퍼트린 원인 중에 하나로 가족의 대거 문병이 들어 있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가까운 이웃이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바쁜 가운데도 틈을 내서 병원에 찾아 가서 위로를 하고 쾌유를 빌며 환자에게 안심을 주고 돌아오는 게 정의 표시요 예의로 되어 있다. 또 이렇게 문병을 하고 와야 나 자신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 향하는 정과 예의를 표한 것이 되어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이다. 이런 문병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랜 습속으로 내려오고 있다.
문병도 한 원인이 되어 이 번에 생각지도 않게 중동 지방에서 한 사람에게 묻혀온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해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감염되고 사망자까지 나오게 될 줄이야 미쳐 생각이나 했던가? 최초에는 가족들의 문병으로 부터 시작되어 모르는 사이 이사람 저사람 접촉으로 감염이 되어 퍼져 나간 것이다. 초기에 병원에서조차 환자나 문병자 관리를 잘 못한 것도, 그 동안 문병자들의 통제 없는 문병이 의례적이 된 것이 의료 원칙을 벗어났음을 우리 국민 모두가 이제야 느꼈을 것이다.
물론, 병원 자체에서도 문병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워낙 문병자들이 잘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이 닥치는 데야 병원으로서도 강력히 통제할 능력도 없고 해서 묵인하는 상황임을 이해는 한다. 심지어는 간호사도 아닌 가족이 퇴원하는 날까지 환자 곁에서 작은 보조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간병을 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되어 있다. 한 병실에 여러 환자가 함께 입원한 비좁은 공간임에도 대부분 환자들이 전염병 환자가 아니였기에 지금껏 큰 사태는 없었지만,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가 아닌 또 다른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언제 침투할는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만이 갖는 독특한 정(情)의 문화는 비단 문병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애경사에도 같은 형태로 나타낸다. 결혼식, 장례식, 회갑이나 고희연에도 일가친척은 물론 평소 잘 아는 사람들은 다 가서 예를 표한다.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반드시 부조금 봉투나 그에 상응하는 물품을 가지고 간다. 이는 문병 때에도 마찬가지다. 과일이나 음료상자를 들고 가거나 위로금 봉투를 놓고 오기도 한다. 그냥 맨손으로 간다는 게 어딘가 정이 부족함을 보여 주는 것 같고 예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이것은 또 상대적이다. 입장이 바뀌어 내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되었을 때 와야 할 사람이 안 오면 서운한 감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순수한 정에서 울어난 예가 눈치와 체면 유지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의 발원은 옛날 농경사회 시대애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웃 간에 어려운 일을 서로 돌려가며 해주며 도와주던 품앗이 즉, 상부상조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 미풍양속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 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보다도 문병의 문화는 현실 의료 원칙에 맞게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간호와 간병은 마땅히 병원 측에게 맡겨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문병 방문은 병원 규정에 따라 시간 제한을 해야 하며 문병자들의 문병의 자세에도 일정한 규범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이젠 3만 불 시대에 사는 선진국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며 지키는 미풍양속이라 할지라도 시대감각에 맞지 않고 비과학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과감히 개선해야 할 것이며 아무리 전통 문화라 할지라도 후진성이 있다면 탈피해 나가야 옳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