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를 맞는 노인의 고통
80대의 고령 자매가 단 둘이 빌라에서 살면서 동생 되는 할머니가 사망하여 시신이 부패하도록 아무도 모르다가 조카가 5일 째 연락이 닿지 않아 구청에 알리고 나서야 발견이 되었다는 tv뉴스를 보었다. 탈진 상태로 발견된 언니 되는 할머니는 치매환자라 상황 판단 능력이 없으니 신고도 못한 것이다. 또 한 뉴스는 노부부가 살던 주택에 불이 나서 78세의 부인은 숨지고 80세의 남편은 2도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토록 근래에 와서 노부부만 단 둘이 살던가. 독거노인 가정이 늘어가다 보니 이런 노인 사망이 자주 일어난다. 요즘의 주택은 한 건물 안에 벽과 천장 사이로 연접된 다가구 주택 형태여서 사실상 옆집, 웃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며 대화도 정도 없이 생면부지의 관계로 사는 이웃이다. 그래서 가끔씩 층간 소음 때문에 싸움을 하다가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젠 이웃사촌이란 말은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한 채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실정이다.
옛날에는 평생 사는 동안 5복(五福)을 누리며 살기를 원했다. 그 5복이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다. 첫째 장수하는 것, 둘째 부자가 되는 것, 셋째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넷째 덕을 쌓는 것, 다섯째 자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이다. 그러나 그 5복이란, 누구에게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데 앞에 80대의 두 자매의 삶에서 보면 80을 넘기며 살았고 서울의 빌라에서 살고 있었으니 오복 중에 수와 부의 복은 누렸다 하겠으나 나머지 세 복은 못 누린 것이다. 특히 마지막 가는 길에 운명을 지켜보는 자손 하나 없이 그것도 시신을 거둘 사람도 없어 악취를 풍기며 부패하는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너무도 비참한 것이다.
노인이 되면 빈곤, 질병, 무위, 고독 등 네 가지 고통이 따른다 한다. 그 중에서도 질병과 빈곤은 생명 유지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누군가에 도움이 없이는 자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노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효도의 근본으로 하여 왔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면서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화가 되고 따라서 효도의 정신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상이며 더 나아가 노부모 봉양을 기피하는 현상이다. 그 이유로는 핵가족화로 인한 노부모와의 격리된 생활이 고정화 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또 상속법의 개정으로 장자에게만 상속되던 것이 배우자에게 1.5, 그리고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1:1의 지분으로 상속됨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구 제도에 의해 장자에게만 상속이 될 때에는 노부모 부양은 물론 선조의 제사까지 다 장자가 지내야 했다. 그런데 모든 자녀들에게 똑같은 비율로 상속이 되다 보니 장자는 물론 다른 형제들도 선듯 노부모를 모시려하지 않는 경향이다. 심지어는 부모 부양 문제로 형제간에 다툼도 일어나며 노부모를 유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곤 한다. 그런 중에도 좀 나은 경우는 병든 부모를 요양 병원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요양 시설로 보낸다.
게다가 부모가 많든 적든 재산이라도 있는 경우라면 부모가 임의로 생전에 편파적인 재산 증여라도 하게 되면 부모 자식 간에, 형제간에 송사도 불사한다. 그런가 하면 노경에 어린 손자 손녀를 맡아 키워 주는 황혼 육아의 노부모도 흔히 있다. 떠 딱한 것은 취업을 못하고 실업자가 되어 노부모에 얹혀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자식을 위해 오히려 늙도록 자식 부양을 해야 하는 노부모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자식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는 갔다. 노인 복지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정부에서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