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형조판서 이야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지 21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급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 친분 있는 기업가 회사의 차량 리스 의혹, 자녀 위장 입학 등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결국 명예롭지 못한 퇴진을 맞게 되었다. 이 사태를 보면서 조선왕조 경종 때 형조판서 민진후閔鎭厚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가 어느 날 어렵게 사는 누이동생 집을 들렀다. 누이동생은 오라버니가 오셨기에 술상을 봐 올렸다. 그런데 안주라고는 묵은 김치 한 가지뿐이었다. 오라버니는 누이동생이 어렵게 사는 줄은 알면서도, “비녀라도 내주고 안주를 마련해 오지 그랬느냐?”라고 했다. 그러잖아도 마침 전날 시아버님의 생신이라서 송아지 한 마리를 잡아 대접해 드리고 남은 고기가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당시는 금도령禁屠令(도축금지령)이 내려져 있었던 터라 몰래 잡은 것을 엄격한 오라버니가 알면 어쩌나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기를 구워서 안주로 오라버니께 올렸다. 오라버니 민 판서는 술과 안주를 잘 먹고 나오면서, “이 집은 범도犯屠(금도령을 어김)를 했으니 이 집 종을 잡아 가두라.”라고 명령하고 나왔다. 민 판서는 누이동생이 울며불며 사정하는 것을 뿌리치고 종을 잡아 가둔 다음 벌금을 자기 돈으로 갚고 풀어 주었다. 이 일을 가지고 “어찌 자신은 법을 어기고 밀도살한 고기를 먹고 범도를 한 자에게만 처벌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지친至親의 정으로 어쩔 수 없이 차려온 음식은 먹기는 했지만, 법을 어겼으니 사사로운 정을 쓸 수 있겠는가. 공범의 죗값으로 벌금은 내가 물은 것이요.”라고 했다 한다. 법과 인정을 다 살핀 법 적용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사퇴한 검찰총장 후보자는 비록 도덕성의 문제였지만,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솔직하지 못하고 위증을 한 데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스스로 사퇴하고 물러났으니 끝까지 아니요 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났지 않는가. 남의 죄를 다스려야할 처지에 있으면서 스스로 죄를 범하는 공직자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옛 왕조시대에도 부정과 부패, 탐관오리, 매관매직의 비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황희정승을 비롯한 우리 귀에 익은 많은 청백리가 있어 역사와 도덕 교과서에서 우리 후손들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직자라고 해서 꼭 청빈하라는 것은 아니다.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고 재계, 정계에 인맥을 형성하고 탄탄대로를 걷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공직사회는 병들고 있는 것이다 황희정승 같은 청백淸白吏도 있고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 같은 청부淸富도 있었으면 오죽 좋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