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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소고(小考)

문석흥 2013. 11. 28. 17:46

 복날 소고(小考)


  복날에는 예로부터 더위에 지친 몸에 기력 회복을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보양식을 먹어 왔다. 그 보양식의 재료로 집에서 먹이는 가축이 제공되었다.
  가축으로는 소, 닭, 개, 돼지를 꼽을 수 있는데, 이 네 동물은 사람의 보호 아래 살아오면서 각자 사람을 위해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해 왔다. 소는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해왔으며, 닭은 그 특유의 소프라노 고음으로 아침저녁 시간을 정확히 알렸으며, 개는 도둑을 지키고 주인에게 재롱과 충성을 다 했으며, 돼지는 집안의 크고 작은 일결에 제 몸을 바쳐 큰 몫을 했다.
  또 이 네 가축은 그들 각기의 임무를 떠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사람들의 영양 보충과 경제적으로 살림 밑천의 큰 몫을 담당했다. 그리고 십이지(十二支)의 12 동물 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친근했다. 순서로 보면 소는 2번이고 닭과 개와 돼지는 10번, 11번, 12번으로 하위 순으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12 동물의 순번은 조물주가 실시한 달리기 시합의 결과라 한다. 소는 본래 부지런해서 1등으로 달렸는데 약은 쥐가 소등에 타고 오다가 결승점에서 뛰어 내려 잽싸게 먼저 테이프를 끊는 바람에 2등이 되었고, 하위급 세 동물 중, 닭은 아침저녁 시간을 알리고 오느라고 늦었고, 개는 밤새 도둑 지키고 오느라 늦었고, 돼지는 식탐이 많아 밥 챙겨 먹고 오느라 맨 꼴찌를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네 가축들도 오늘에 와서는 그들의 운명이 달라졌다.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각기 맡았던 고유의 임무는 다 반납하고 모두 집단 수용되어 단체 급식하며 오직 살만 찌다가 때가 되면 모두 팔려 나가 사람들에게는 먹이 감이 되고 주인에겐 돈을 안겨다 준다.
  사는 동안에도 먹는 것은 규격화 된 사료를 먹어야 하고 병들면 독한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 그러다가 전염성이 강한 독감이라도 번지면 집단으로 생매장을 당해야 한다. 하지만, 개는 여러 가지 정상 비정상 경로를 거쳐 병들어 죽었거나, 귀여운 애완견이거나 명견, 잡견 가릴 것 없이 불투명하게 무시로 도살되어 보신탕집으로 간다.
  옛 날부터 소나 돼지는 큰 잔치에, 닭이나 개는 복날에 사람들의 보신용으로 기꺼이 몸을 바쳤다. 그러나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잡혀 나간다. 특히 몸집이 작은 닭과 개는 소나 돼지에 비해 큰 부담이 없다 보니 수요도 많다. 여름철이면 제일 덥다는 고비에 10일 간격으로 복날이 돌아오니 이들의 운명은 더욱 비참해 진다.
  아직 말복이 남아 있다. 이 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견공이 대기하고 있을까? 인터넷에 오른 어느 수의사의 개에 대한 비인도적인 사육과 도살에 관한 고백서가 떠오른다. 사람들에 의해 가혹하게 죽어 가는 불쌍한 견공들의 말로를 가슴 아리게 여기면서도 복날이면 보신탕집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러나 귀염둥이 애완견이나 병들고 죽은 견공들에게 만큼은 최소한의 사람 된 도리를 베풀어서 그들의 마지막 길이 보신탕집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