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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문석흥 2013. 11. 28. 17:47


아 옛날이여!


  어느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한 친척의 문병을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니 문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면회를 하고 온 느낌이었다.
  이 병원은 도심의 대로변에 있는 5층 전용 건물로서 ‘00 병원’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부제로 노인 요양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병실마다 비좁게 보일 정도로 병상이 놓여 있고 병상에는 노인 환자들이 빈자리 없이 누워 있었다. 환자들은 정신도 온전치 못하고 말도 못하며 대소변도 못 가리고 자력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풍 환자나 파킨슨병 환자들이 많았다. 내가 문병한 환자는 정신도 멀쩡하고 말도 잘하나 오랜동안 투석을 해왔고 최근에는 뼈마저 다쳐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의사와 간호사, 간병원이 있기는 하나 환자와 비교해 수도 적을뿐더러 치료하기보다는 돌보는 정도였다. 환자들도 모두 노인들로서 회생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 이곳에서 마지막 운명을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옛날 같으면 집에서 가족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아야 했을 것이거늘, 마치 수용소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짠해 왔다. 그렇다고 이곳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산업사회 속에 살면서 젊은 식구들이 다 직장으로, 일터로 나가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병든 부모를 모시며 거둘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러기에 불효의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어 노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런 시설에 입원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 개인 부담과 정부보조로 운영되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시설도 있고 부담은 크지만, 환경이 좋은 사설 시설도 있다. 어쨌든 늙어 병들면 요양시설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추세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늙으면 병들게 되고 그중에서도 치매나 중풍 등으로 여러 해 동안 가족들에게 물적 심적 고통을 주고 결과적으로 가정을 황폐화시키고 떠나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늙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게다. 바라기는 요즘 유행어처럼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음)이겠지만, 그것도 그런 복을 타고나야 되지 않겠는가?
  앞으로 예비 노인들은 늙어서 자식에게 의지할 생각 버리고 노후 병들 때를 대비해서 미리 좋은 요양병원에 들어갈 기금을 비축해 두어야 할 것 같다. 꼭 병들었을 때만이 아니라 노후에 생활 문제도 자식들에 의존하여 함께 산다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처음부터 각기 사는 게 상책이다. 섣불리 자식들에 재산을 증여하거나 가진 것 다 내주고 빈손으로 노후를 맞는 일은 어리석은 처사이다.
  부모의 부양문제나 유산을 놓고 형제간에 싸움을 벌이고 재판까지 거는 일은 이젠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어디 생각이나 할 일이던가. 가난했어도 가족 간에 정이 넘치고 효심이 지극했던 그 시절,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