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고(老人四苦)
불교에서는 생(生),노(老),병(病),사(死)를 인생사고(人生四苦)라 했다. 그런데 요즘, 출처는 불분명하나 노인사고(老人四苦)라는 게 있다. 늙는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했는데 그 고통을 네 가지로 구체화한 것이다. 그 제1고는 빈곤 고(貧困苦)요, 2고는 고독 고(孤獨苦)요, 3고는 무위 고(無爲苦), 4고는 질병 고(疾病苦)이다.
나도 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노인 4고에 대해 수긍이 간다. 빈곤의 고통, 젊어서 직장이 있거나 사업을 하거나 경제 활동을 할 때는 그래도 많든 적든 돈이 있었지만, 늙고 보면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 보니 돈이 궁하다. 돈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기에 돈의 빈곤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고독의 고통, 고독은 내 주변에 아무 것도 없이 홀로 외롭게 있는 것인데 노인의 고독이란 우선 자식들과 함께 있지 못함이다. 산업사회의 특징이란,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농경사회와 달리 핵가족화 할 수 밖에 없다. 노동력이 없는 노인은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고독할 수밖에 없다.
무위의 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으니 하루하루 보낸다는 것도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꼭 경제 활동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소일거리라도 있어 흥미야 있건 없건 무료함이라도 달랬으면 오죽 좋으랴. 그러나 노인에게는 일거리가 별로 찾아오는 게 없다.
질병의 고, 아마 노인의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일 게다. 노인의 질병 중 가장 고통을 주는 게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이다. 우선 이들 질병은 정신과 육체의 기능을 잃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데 있다. 누군가 곁에서 꼭 있어서 간병을 해야 한다. 그 끝이 기약도 없다. 치료비도 한없이 들어가고 결국에는 가정의 황폐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기에 모든 노인이 바라는 게 9988234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노인 4고가 누구에게나 다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고통도 다 원인 있거늘, 그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 미리 대비책을 세워 노력한다면 늙어 운명이거니 하고 맞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시대를 사는 이 땅의 노인들은 젊은 시절,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 키우고 공부시키는데 몰입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노후의 생활이나 고통의 문제를 사전 준비 없이 맞을 수밖에 없다.
자식들이 노부모를 한집에서 모시며 산다는 것도 시대적 상황이 옛날과 달라 여의치가 않다. 우리도 이제는 노인들의 문제는 서양처럼 사회가 맡아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노령에 들어 이런저런 고통에 직면하지 않고 오히려 여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자식들에게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노후에 자신의 문제를 설계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착실하게 해 둘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의식구조를 바꿔나감이 옳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