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교감을 부교장으로

문석흥 2018. 8. 29. 09:57

교감을 부교장으로

 

 

   요즘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한다. 이 제20조는 초·중등 교직원의 직위와 임무를 규정한 조항이다. 20조에는 4개 항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1항은 교장, 2항은 교감, 3항은 교사, 4항은 행정직원의 임무를 규정한 것이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발의된 개정안이 2항이다. 2항에 규정한 교감의 임무는,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며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로 되어 있다. 그런데 개정의 이유로는, 교감(校監)이란 명칭은 일본식 표현이라는 점과 교감은 학교에서 학교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학교 2인자로 실질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교장을 도와서 학교일을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직책 정도만을 의미해 직위가 명확하게 들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교감의 임무를 확실하게 부각시키며 제대로 평가를 받게 함과 함께 사기를 진작시키고자함과 또한 교감이란 명칭도 일제의 잔재이기에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교감이란 명칭을 부교장(副敎長)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개정 내용의 골자이다. 여기서 부교장으로 명칭을 바꾸면 그 임무는 종전 그대로인지 아니면 그에 맞는 임무나 예우도 달라져야하는 것인지는 보도 내용만 보아서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자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학교는 일반 관공서나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관공서나 회사는 업무도 방대하고 다양해서 그에 따른 조직도 세분화 되어야 하고 또한 업무 능률과 조직원의 관리를 위해 여러 직책과 직위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임무가 최우선이고 주 임무이다. 그래서 직위가 교사, 교감, 교장으로 단조롭다. 예부터 학교는 초년에 들어갈 때도 교사요, 노년에 나올 때도 교사란 말이 있어 왔다. 한때는 공무원보다 교원의 정년이 만 65세로 5년이나 더 길었다. 그래도 직위에 관계없이 학부모들로 부터나 제자들로부터 재직 중에는 물론 졸업 후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교감이라고 해서 현재 교감의 임무를 경시하거나 사기가 저하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교장도 교감 과정을 거쳐야 교장이 될 수 있다. 교감이란 명칭이 일제의 잔재라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교장이란 명칭도 일제 치하에서도 있었던 명칭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식 학교가 생기기 그 이전에는 교육기관으로 서당이나 학당이었다. 이제 교육법 20조가 개정이 된다면, 부교감도 그 직위에 맞춰 집무실도 따로 만들어야 하고 교무실에는 전에 교감의 임무를 담당할 또 다른 직책 수행자가 생겨야 할 것이다. 사기 진작과 업무의 민주화와 능률을 위하고 일제의 명칭을 청산하고 새로운 명칭으로의 변경이 바람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정된 교원 정원 내에서 직위가 늘어난다면 실제 교실에 들어가서 학생들 가르치는 평교사의 수업부담이 더 가중되는 것이다.

   기존의 직위를 명칭만 바꾸어 사기를 돋우어 주며 임무의 평가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행여 그에 따르는 권한이 강화되고 관료화 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와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나 역기능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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