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손
문 석 흥
이른 아침 한적한 외곽 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이 있다. 군데군데 있는 벤치들 중에 더러는 먹다 두고 간 빈 맥주 캔과 안주로 먹고 난 부스러기와 포장지가 어지러이 널려져 있고 그리고 벤치 아래는 담배 공초가 여러 개 흐트러진 채 널려 저 있다. 물론 이 자리까지 올 적에는 마트에서 사서 포장지에 제대로 담아서 가져왔을 것이다. 어둡고 사람들의 발길도 끊긴 조용하고 한적한 길에 나무숲과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에 앉아 다정한 친구 간에 술 한 잔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낭만적 분위기 더 없이 환상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떠날 때는 먹고 난 폐기물들을 그리고 담배꽁초 까지 처음에 담아왔던 포장지에 하나도 남김없이 말끔히 주어 담아 가져가서 정해진 폐기물 통에 버렸으면 오죽 좋았으랴. 결국 이 폐기물들은 노란 조끼를 입은 미화원 아저씨들이 정리를 한다. 이 뿐이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길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데리고 나온 반려견이 배설한 배설물을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 배설물 처치하도록 비닐봉지가 보관된 모양 좋게 만들어 세워 놓은 보관함도 있거늘 도외시 하는 경향이다.
이런 모습들은 고의성이라기보다는 습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우리말에 ‘뒷손’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을 마친 후에 다시 하는 손질’이라고 국어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그 뒷손이 없다는 게 문제다. 도로변 인도를 걷다 보면 군데군데 보도블록이 일부 함몰되거나 튕겨져 나온 채 방치되어 있어서 무심코 걷다 보면 발끝에 걸려 나머질 번 한 경우도 경험한다. 국책 사업으로 거액을 들여 공사한 시설물도 얼마 안 가서 하자가 발생하여 허물어지는 모습도 흔히 본다. 이런 일들이 시작만 있었을 뿐, 뒷손이 부실한 결과다. 매사가 시작과 과정도 중요하지만 뒷손도 중요하다.
이 뒷손이 부실함에는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에도 원인이 있을 것 같다. 원래 우리 민족은 느림의 문화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자대로행’이라 해서 옛 선비들이 갓 쓰고 두루마기 입고 장죽을 물고 양팔을 휘저으며 길 복판을 유유자적 걷는 모습이 본래 우리의 문화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 문화를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빨리빨리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 빨리 문화 덕에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10대국 대열에 일찍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첨단 기술로 제작된 우수한 상품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예서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은 바로 철저한 뒷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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