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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춤

문석흥 2013. 11. 28. 18:44

관광춤


  남녘에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기에 마을 노인정 노인들과 관광버스를 전세해서 하루 벗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날씨도 좋고 마침 일요일이라서인지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관광버스와 가족 나들이 승용차들이 꽉 차 있었다. 울긋불긋 점퍼 차림의 사람들 얼굴마다 즐거움이 가득해 보이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봄은 이렇게 새 기운과 함께 우리 곁에 다가와 유난히도 추었던 지난겨울의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게 해 주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산과 계곡에도 진달래꽃의 분홍빛으로 물들고 이름 모를 나무들의 가지에도 연록의 작은 싹들이 아물아물 돋아나 봄의 향취를 더욱 느끼게 해 준다. 어느 듯 노인의 몸이 되었지만, 새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새 기운이 솟구침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젊음을 느끼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는 빠른 박자의 가요 멜로디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미리 준비해 온 간식거리가 담긴 개인용 비닐봉지가 배급되고 있었다. 그리고 술잔이 돌아가며 취하기를 재촉한다. 버스 통로에는 어느새 여자들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도 신명이 나고 좋을까, 몇 안 되는 남자들마저 끌어내서 춤 대열에 몰아세운다. 원래 남자들이야 춤을 추는 데는 별로 즐기는 편도 아닐뿐더러 잘 출 줄도 모르니 곤혹스런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함께 갔으니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억지 춘양 신세가 되는 수밖에.
  관광버스 안에서 추는 춤을 ‘관광춤’이라고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이름이 붙여졌다. 그 관광 춤은 막춤이지만, 나름대로 일정한 형태가 있다. 양팔을 ‘ㄴ’자로 굽힌 채 전후 상하 교차로 움직이며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는 듯 추는 춤이다. 그것은 달리는 버스 안의 좁은 통로 공간에서 출 수 있게 자연스럽게 적응된 것 같다. 그러면서 빠른 박자에 맞추어 계속 추는 춤이기에 땀이 날 정도의 전신 운동이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 급이나 좀 덜한 중 노년 급의 할머니나 다 같이 피로함도 모르고 신명나게 춘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서 신나게 뛰며 춤을 추고 나면 피로감을 느낄 터인데 피로는커녕 오히려 몸이 거뜬해지고 몸 안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관광을 가서 차내에서 춤도 못 추고 조용히 다녀오는 관광은 아무런 흥미를 못 느낄뿐더러 그런 관광은 갈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한다.
  한참 어려웠던 시절엔 관광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지만, 생활이 여유가 생기면서 관광 붐이 일어나고 단체관광이라도 가게 되면 그 쌓였던 고생의 한을 풀면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이 그 시발이다. 그러나 이젠 관광이 일상화되면서 그 한풀이 춤은 즐기는 춤으로 변질하여 이젠 관광춤으로 자리 잡아 관광 문화로까지 된 게 아닌가 한다.
  노래와 춤은 분명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100킬로 이상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좁은 통로에 나와 뛰며 흔들며 춤을 춘다는 것은 안전상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래서 한때 고속버스 안에 노래방 기기나 모니터를 철거하도록 하고 춤도 못 추게 강력히 단속을 했으며 아직도 그 법은 유효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서인가 버스 안에는 여전히 노래방기기와 음향기기 시설이 되어 있다. 버스도 영업을 해야 하니 고객의 만족도를 충만 시켜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런 관광 문화가 자리 잡아 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