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챔피언 된
우리 소녀들을 보면서
우리의 17세 이하 여고생 축구팀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챔피언이 되었다. 지난 9월 26일 아침, 멀리 아프리카 ‘트리다드토바고’에서 날아온 승전보는 온 국민의 가슴에 눈물겹도록 뜨거운 감동과 기쁨을 안겨다 주었다.
예선전에서부터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6번의 경기를, 투지와 자신감 넘친 역전으로 승리를 이룩했다. 더욱이 결승에서 숙적 일본 선수들과 맞서 3;3 무승부에 이어 연장전에서까지 무승부로 결국 승부차기에서 황금 같은 1점 차로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의 감격과 흥분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수줍고 나약하고 청순하기만 했던 우리의 언년이 들이 어디서 이런 투지와 자신감이 생겨났을까? 지난날 우리는 남성 위주의 사회 풍토 속에서 살아왔다. 여성은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윤리관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는 오직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에게 맡기고 평생을 이 3대의 남자들에게 의존하고 살아야 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당시는 의무교육이 아닌 시절이었던 원인도 있었겠지만, 여학생은 4학급 중 1학급에 불과했다. 그나마 6학년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여학생은 3~4명 정도였다. 물론, 가난도 이유였겠지만, 당시는 부모들의 인식이, ‘여자가 공부는 해서 뭘 해. 시집이나 가서 애 낳고 살림이나 잘하면 됐지.’라고 딸들의 운명을 일찌감치 결정지어 버렸다. 더러 여자들이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닌다 해도 그 목적은 자기 계발과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함보다는 더 낳은 배우자를 얻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장래 희망을 묻는 기록 란에는 현모양처라고 쓰기도 했다. 그래서였던가! 여자대학에 가정학과가 인기가 있었다.
동네에서나 학교에서 놀이나 운동을 할 때도 남녀가 각기 달랐다. 남학생들은 놀이도 운동도 가릴 것 없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했지만, 여학생들은 축구 같은 운동은 할 엄두도 못 냈고 놀이도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같은 놀이를 했다. 만약 공차기 같은 운동을 했다가는 어른한테 불호령이 내렸다.
요즘은 취학률도 남녀가 같은 수준이다. 물론, 의무교육제도가 된 영향도 있겠지만, 부모들의 자녀관이 옛날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남녀 학교 수만 봐도 남학교가 대부분이고 여학교의 수가 훨씬 적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진출 면에서 보면 남성이 우세한 편이지만, 여성의 진출이 날로 늘어가는 추세이고 각종 공채에서도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보다 두드러짐을 볼 수 있다. 운동 분야에만 보아도 종목 구별 없이 남․여가 다 하며 올림픽 경기에 나가서도 여자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고 있음을 본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여성의 문이 활짝 열렸다. 잠겼던 토방에 밝은 햇살이 들 듯 숨겨졌던 여성들의 재능이 환하게 들어나고 있다. 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를 뽑게 되었고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회사 사장도,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이외 어느 위치건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여성들이 지금까지는 남성 주도의 사회에서 현모양처가 고작이양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받들고 시부모 모시며 사는 시대는 갔다. 성별에 관계없이 한 인격체로서 존중을 받으며 마음껏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월드컵 축구 챔피언이 된 우리의 소녀 축구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