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학교 교육 2015년부터는 초·증·고등학교의 교과서가 현재 종이 교과서에서 전자 교과서로 바뀐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단말기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교실에는 흑판 대신 전자칠판으로 바뀌고 교사는 판서 내용을 컴퓨터의 자판기를 치면 전자칠판에 나타나게 된다. 학생들도 필기할 내용을 자판기를 쳐서 단말기에 입력시키면 된다. 내년부터 일부 교과목에 한해서 전자 교과서가 보급된다고 하는데, 이제 곧 전 학교 교실에서 흑판과 분필이 그리고 학생들의 교과서와 노트도 사라지게 되었다. 엄청난 교실 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두가 최근에 죽은 ‘스티브 잡스’의 공이 아니겠는가. 이것뿐이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게 많다. 학생들의 시험지나 공문서 등을 찍어 내던 등사기와 원문을 쓰는 바탕지인 유지로 된 원지, 이 원지에 글자를 쓸 철필 그리고 그 원지 위에 철필 글씨가 잘 긁혀지도록 된 섬세하게 골이 패어진 줄판 등 이런 수동 인쇄기 세트도 없어졌다. 이 등사기 대신 윤전기, 복사기 등 자동화 된 현대식 인쇄 기기들이 벌써 등장했다. 한 때 학습효과를 극대화 하는 선진 학습 방법으로 시청각 교육 방법이 나왔었다. 그것은 시청각 기자재를 활용한 교육 방법이다. 시청각 기자재로서 녹음기, 환등기, 영사기, 챠트 등에 학습 내용을 편집 수록하여 시각 청각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학습의욕을 돋구어 학습의 효율화를 기하고자 한 것이다. 이 시청각 교육도 그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으며 많은 공헌을 했으나 요즘 IT시대에 와서는 뒷전으로 밀리는 신세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대나,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대까지도 학교 현장에서는 오직 흑판과 백묵, 교과서와 노트가 고작이었다. 교사는 흑판 앞 교단에 서서 열심히 설명하고 흑판에 분필로 판서 하면 학생들은 또한 교사의 설명을 듣고 노트에 필기하고 시험 때가 되면 달달 외워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IT기술의 발달로 교육 현장에도 엄청난 변화와 발전으로 요즘 학생들은 과거의 학생들에 비해 편리하고 능률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첨단 기기를 통한 교육 기법은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있다. 우선 손으로 자판기를 치는 기능은 발달했지만, 쓰기의 기능은 퇴화해 가고 있는 점이다. 초등학생으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아니 성인이 된 후에도 손으로 쓴 글씨는 부끄러울 정도다. 이는 학교에서 받아쓰기 교육이나 필기 지도가 없을뿐더러 필기의 기회가 없으며 사회에 나와서도 필기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점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향한 교육과 학벌을 위한 입시 교육에는 앞서 가지만, 인성 덕성 교육은 무관심한 상태다. 학생 지도를 위한 최소한의 체벌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는 사소한 체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교사를 응징하는 사태에까지 와 있다. 학교에서부터 이런 부정적인 인성이 길러진 탓일까? 사회에 나와서도 일부 젊은이들의 부도덕한 행동을 자주 본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는커녕 폭언과 폭행을 하는 행동도 일어나고 친 부모를 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전의 교육이 인성 덕성 교육에 치중했다면 현대 교육은 지식과 학벌 교육에 치중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으로 변하는 것도 자연 현상이겠으나 교육은 결국 인간을 위하는 것이기에 인성에 바탕을 두어야 함은 기본이어야 할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알면서 새 것도 안다’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