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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휴일 되어 만나는 한글날

문석흥 2013. 11. 29. 06:42


다시 공휴일 되어 만나는 한글날


  올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의 원 이름인 훈민정음을 반포하신지 567돌을 맞는다. 10월 9일이 ‘한글날’로 확정 된 해는 1946년이었고 그 후 1970년 6월 15일자로 대통령으로 ‘관공서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공휴일로 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 공휴일이 너무 많다하여 축소 조정하는 과정에서 1991년에 한글날이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어 일반 기념일이 되었다. 이렇게 바뀌어 진 운명이 2012년 1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공휴일로 통과되어 올 10월 9일 한글날은 23년 만에 다시 법정공휴일로 되돌아와 만나게 되었으니 정말 축하해 마지않는다.
  한글은 전 세계의 20여 개의 문자 중에 하나인 데다 그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세계문자학회에서 시행한 세계문자올림픽에서 1차(2009년), 2차(2012년 방콕대회) 연이어 1위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2위는 인도의 ‘테루그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다. 영어 알파벳은 26자, 일본어는 48자, 한글은 24자(자음14자, 모음10자)로서 같은 소리글자지만, 영어와 일어는 300여 개의 소리 정도 표현하지 못하지만, 우리 한글은 11,000여 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중국의 한자는 뜻글자로서 수천 개의 글자를 가지고 있지만, 400여 소리 밖에 못 낸다. 소리글이라면 무엇보다도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야 문자로서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점이 바로 우리 한글의 우수성 중에 하나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에 있는 것도 우리 한글의 빠르고 많이 편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우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수한 우리의 글을 더 갈고 닦아서 세계의 공용 문자로 발전시키지는 못 할망정 오히려 천시하는 경향이 나타고 있다. 우선 관공서나 공공기관, 회사 등의 간판을 보라. 주민 센터, KT, KIT, NH…등, 짧은 어구에서도 보면, 퍼스트 빌리지 아울렛, 한반도 푸로세스, 터워풀 하게, 멘붕 상태…등, 어찌 일일이 다 나열하겠는가. 우리말의 어휘로는 당장 표현할 수 없는 말 같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충분히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 까지도 영어를 섞어 넣어 얼치기 말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나 빌라의 이름, 각 점포의 상호 등 경쟁이나 하듯이 영어 이름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문자교신하는 용어가 저들만이 통하는 사전에도 없는 약어, 은어들이다. 거기다 어른들이고 아이들이고 일상용어 중에 욕설과 막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몇 십 년 가다 보면 한글과 우리 말 자체가 사라질 줄도 모를 일이다. 언어와 문자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청나라를 세워 중국대륙을 20세기 초까지 300년을 통치했던 만주족을 보라. 청나라가 멸망 후 그들의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다 잃어버리고 한족에 동화되고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남아 그 종족의 존재조차 희미해 진 상태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영어권 나라로 흡수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된다. 그러지 않아도 몇 해 전 ‘워싱턴포스트’지에서 한국에서는 지금 영어가 ‘황금의 언어’가 되었다며 영어에 광풍이 일고 있다고 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도 잘 해야 되겠지만, 먼저 우리의 우수한 한글과 우리말을 올바르게 잘 쓰고 잘 가꿔나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