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경쟁력인 시대
신문에 ‘성형 열풍’이란 제목으로 상 중 하로 나눠 3일 연속 게재된 기사를 읽고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다 제각기 다른 외모와 신체적 조건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은 부모의 유전 형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운명적인 것으로 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처럼 수술을 통해서 눈, 코. 입. 턱뼈, 광대뼈 등 성형을 하여 예쁜 얼굴로 고친다는 것은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유교적 윤리관에 의해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회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해서 부모가 준 소중한 몸을 고이 간직해서 다치지 않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성형은 처음에는 좀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성형이 확산하여 스스럼없이 너도나도 받는 수술로 변했다. 전문 의사들이 서울의 세 지점을 각각 두 차례씩 두 달간을 조사한 결과 총 1800명 중 836명이 성형을 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다. 10명 중 4명(46%)이다.
처음에는 눈 쌍꺼풀, 코 높임 정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중장년 여성들이 얼굴에 탄력을 주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고 주름을 없애기 위한 얼굴리프팅 수술을 한다. 이토록 젊고 예쁜 것은 경쟁력이요, 못 생기면 뒤진다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10대 소녀들은 성형을 통해 빨리 섹시한 여성이 되려고 하고 중년 여성들은 성형을 통해 동안을 되찾고자 함이 아닌가. TV에 출연하는 소녀 그룹 댄싱 가수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예쁜 얼굴들이다.
예전에는 외모보다는 마음과 사람 됨됨이를 중시했지만, 지금은 외모를 더 중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결혼을 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우선 외모다. 전문 기관의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자기 외모의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돈을 들여서라도 언제고 성형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 93%나 된다고 한다.
사회 분위기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청소년들은 예쁘고 잘생겨 보여야 하고 직장의 중장년들은 젊어 보여야 인기를 유지하고 직장의 생명도 오래갈 수 있다 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들에게 성형을 시키고 아내들은 남편에게 남편들은 아내에게 성형을 적극적으로 권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경쟁사회 속에서는 남자들도 능력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음과 준수한 외모가 중요한 가치를 부각하기에 요즘은 남성들도 성형을 예사롭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잘 못 된 성형 수술 때문에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흉한 얼굴로 실의와 고통 속에 살아가는 젊은이도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닌가.
외모보다는 마음과 사람 됨됨이를 중시하던 시대에 태어나서 잘났거나 못났거나 생긴 대로 살아 온 내가 오히려 행복한 시대에 살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