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과 존경심
요즘 노인들은 어디를 가도 ‘어르신’ 호칭을 많이 듣는다. 전에는 으레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 왔기에 처음에는 내가 벌써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되었나싶어 좀 듣기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어르신이라 불러주니 그런대로 거부감은 없다. 또 아주 젊은 층들은 ‘아버님’이라고 까지 불러 주어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더 정겨운 느낌도 든다.
국어사전에는 어르신 또는 어르신네를, ‘남의 아버지나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칭’이라 했다. 그러나 직접 호칭하지 않을 때는 통상 노인, 노인네, 늙은이라 한다. 어쨌든 내 아버지이건 남의 아버지이건 모든 노인들에게 아버님, 어르신이라고 호칭하는 데는 그저 고마울 뿐 다른 이의야 없다. 문제는 진심에서 울어난 것이라기보다는 으레 적으로 쓰는 보통명시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해서다. 알건 모르건 격에 맞지 않게 누구에게나 다 차등 없이 불러 주니 말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노인들은 길에 나서면 다 ‘아버님’ 또는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받고 산다. 옛날처럼 수염이라도 기르는 시대였다면 에헴! 하며 수염이라도 쓸어내리며 권위를 세울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같은 노인이라도 보통 노인과 어르신은 엄연히 구별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 호칭을 받으려면 학식과 덕망이 높고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 품위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모든 노인이 다 그런 품위를 갖췄으면 오죽 좋으랴.
전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보면 특히 몇 사람의 일행이 함께 탔을 겨우, 큰 목소리로 실없는 소리를 하며 떠들썩한다, 또 휴대전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가는 사람들은 거의 노인층이다. 옆에 앉아가는 다른 승객들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다.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정숙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인 예절이 아닌가. 더구나 전화는 진동으로 해 놓거나 꺼놓으라는 주의문도 차내에 게시되어 있다. 혹 긴급히 통화할 일이 있으면 낮은 음성으로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어야 할 것이다. 함께 타고 가는 젊은이들은 조용히 간다. 그들은 직접 통화대신 문자로 교신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무료한 시간을 옆 사람과 대화보다는 휴대 전화의 프로그램을 즐기며 간다. 그러니 떠들 필요가 없다. 여기서 세대차를 실감한다. 젊은이들이 직접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노인들이 떠들거나 큰 음성으로 길게 전화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왜 없겠는가. 어르신들이기에 항의도 못 하고 그저 참고 가는 것이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노인세대들은 이미 청력이 떨어져서 낮은 음성으로 대화가 어려워 자연 높은 음성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휴대전화도 문자 송수신이 쉽지 않아 자연 음성 송수신이나 할 수밖에 없는 데서 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노인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연령적으로 이미 상위에 올라 있으니 달리 더 눈치 봐야할 대상이 없다는 데서 내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예우를 받고 젊은이로부터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면 노인 스스로가 어르신다운 품위를 풍겨야 할 것이다. 노인들도 늘 용모와 옷을 단정이 하고 몸을 정결이 해야 한다. 또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은 적게 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신문물에 대하여 꾸준히 배워서 낙후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그저 속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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