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기계화 시대의 뒤안길

문석흥 2014. 1. 20. 18:20

기계화 시대의 뒤안길

 

    길가에 폐가처럼 쓸쓸히 서 있는 공중전화박스가 이제는 한 세월 간 퇴물처럼 보인다. 손안에 넣고 걸어 다니면서도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등장하다 보니, 한 때 줄을 서가며 통화를 하던 공중전화도 지금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휴대전화도 이젠 스마트폰으로 바뀌더니 그것도 수시로 새 기종이 나와 더욱 신비로운 세계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고 있다. 그 속에 담겨진 프로그램들이 너무 다양해져서 음성, 문자, 영상, 등 통신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손끝을 통해 접하며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편리한 도구가 되었다.

   요즘은 각종 가전제품들만 보아도 사람이 할 일을 스위치만 누르면 알아서 제 기능을 다하니 얼마나 편리 한가. 농촌에 농기구들만 보아도 ‘이앙기’가 혼자서 모를 심고, 농약도 무인 헬기가 떠서 뿌려 준다. 가을에 벼를 벨 때는 ‘콤바인’이 혼자서 벼를 다 베고 나락까지 떨어 자루에 담아 준다. 다만, 사람은 운전자 혼자 앉아 운전과 기기조작만 하면 된다. 볏짚도 기계가 둘둘 말아서 포장까지 해 놓는다. 또 은행에 가면 자동 입출금기가 있어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넣고 필요한 만큼 현금인출도 하고 입금도 하고 이채도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계다. 또 컴퓨터가 있어서 문서도 작성하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앉아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토록 사람이 손끝으로 이런 기계나 기기들을 작동만 시키면 사람의 의도대로 충직한 종처럼 다 해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그러다 보니 사람과 기계와는 점점 가까워지고 사람과 사람끼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게 아닌가 한다. 예전에는 다리미로 옷을 다려도 반드시 두 사람이 마주 잡아당겨 가며 다려야 했고 맷돌질이나 다듬이질, 절구질을 해도 두 사람이 서로 조율하며 해야 했다. 논두렁을 만들기 위한 가래질을 할 때도 세 사람이 해야 했다. 이와 같이 요즘처럼 기계화 자동화가 되기 이전에는 가사일이건 농사일이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해야 했기에 그런 속에서 서로 간에 소통이 되고 교감이 되었다.

   근래에 와서 생활 구조가가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해 가다 보니 인력으로 살아왔던 노인세대들은 새 시대의 문물에 쉽게 적응하기가 어렵고 그것을 다 익히기에는 신체기능이 이미 둔화되어 한계점을 느낀다. 이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앞서 가는 시대에 뒤처져 새 문물의 편리함을 공유하지 못한 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바보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노인들이 본의 아니게 젊은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존경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전철이고 시내버스를 타고 보면 노인들은 덮개식 구형 휴대전화 2G를 들고 다른 승객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간단하고 명료하지도 않은 긴 전화를 하는 것을 본다. 그것도 낮은 목소리로 하지도 않고 차내가 다 들릴 정도로 한다. 노인들이 귀가 어두운 탓도 있겠지만 나이 탓인가, 자신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여기에 비하면 젊은이들은 차내에서 조용하다. 그들은 대화도 문자로 하고 또 전화기를 통해 각종 프로그램을 검색하기 때문에 말이 필요가 없다. 여기서도 세대 차를 느낀다.

   손자들이 나갔다 들어와도 바로 제방으로 가서 컴퓨터와 대면 한다. 거실에 텔레비전은 식구들의 말문을 막아 놓는다. 귀여운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재미있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도, 가족 간의 오순도순 정겨운 대화도 끊어진지 오래다. 이렇게 기계화 시대가 되어가다 보니 점점 기계와는 가깝고 사람사이는 멀어지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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