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변화해 가는 졸업식 문화

문석흥 2014. 2. 18. 07:46

변화해 가는 졸업식 문화

 

   해마다 2월이 되면 각 급 학교에서는 졸업식을 한다. 필자도 지난날 재직했던 고등학교 졸업식에 초대장을 받고 내빈으로 참석했다. 재직 시절의 여러 가지 감회를 떠 울리며 식단 내빈석에 앉아 졸업식 진행 과정을 관심 있게 보면서 지난 시절과는 많이 변해져 있음을 느꼈다.

   우선 졸업생들의 복장부터가 대부분 정장 차림에 단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졸업식 진행 순서에서도 보면 어느 학교에서나 있던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가 없었고 구성진 가락의 졸업가도 없었다. 지루하게 이어졌던 내빈 축사도 없어 졌고 학교장의 간결한 훈화만 있었다. 그리고 졸업장 수여나 각종 시상 순서는 빠질 수야 없겠지만, 전에 비해 대외상이 많아졌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전에 비해 지역의 이런 저런 기관, 단체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기관장, 단체장의 존재감이나 홍보의 의미도 담겼으리라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달라진 점은 졸업생들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다. 지난 날 졸업식에는 특히 송사와 답사를 낭독하면서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메어 중간 중간 낭독의 이음이 끊어지곤 하였고 졸업 가를 부르면서도 고개를 떨어뜨리며 훌쩍여서 선생님들마저도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눈물이란 기쁨에 벅찼을 때도 나오고, 설움에 복받쳐서도 나온다. 졸업식에 흘리던 눈물은 이별의 섭섭함과 다시 못 올 배움의 아쉬움과 그간의 가난 속에서 어렵게 다녔던 학교, 이 모든 감정이 설움의 눈물로 표출되는 것이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교복을 찢어서 벗어 던지고, 밀가루를 씌워주고 계란을 깨드려 바르고 여럿이 스크럼을 하고 함성을 지르며 거리를 누비는 모습이 사라졌다. 이런 행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졸업의 한 풍속도처럼 되었던 것이다. 교복을 찢는다 함은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던 그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요, 흰 밀가루를 씌운다는 것을 검정색 교복 속에서 받았던 속박을 모두 덮어 백지화 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치안 당국에서도 엄벌에 처한다는 사전 경고가 있어서인가 졸업식 날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달라진 접은 가족들이 많이 참석한 점이다. 예전 같으면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부모나 가족들은 극소수였다. 그것은 그만큼 가난한 삶 속에서 고달픔 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그래서였던가. 졸업식이 끝나면 바로 헤어지지 않고 담임선생님과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사진도 찍고 서로의 정을 되새기며 석별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 가족이 다 함께 참석해서 꽃다발과 선물을 주며 축하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시내의 유명 식당으로 나가 식사도 하는 정겨운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생활환경이 예전에 비해 윤택해 진데서 오는 여유 있는 마음에서 울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생활의 여유에서도 오겠지만, 그 동안 너무 우리 사회의 규격화된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그래서 어떤 학교에서는 졸업생 전체가 옛 서생들의 복색으로, 여학생의 겨우는 한복차림으로 졸업식에 참석하여 일제히 은사님께 큰절을 올리는 모습도 본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연극으로, 뮤지컬로,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 상영으로, 이렇게 기발한 졸업식을 치른다. 그러나 졸업식도 의식이거늘, 색다르게 해야겠다는 데서 깜짝 쇼 같이 보이는 졸업식에서는 졸업식의 참 뜻은 없어 보이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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