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꽃길이 되기를
문 석 흥
같은 시내지만 우연한 기회에 처음 가 보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우리 고장도 이젠 시가지가 많이 넓어져서 고루 다 다녀 볼 기회가 없던 차에 어쩌다 우연히 지나다 보니 다른 도시에 온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지역은 전에는 외곽지역으로 민가가 없던 곳인데 근래 개발이 되면서 기존 시가지 보다 더 현대화 된 시가지로 조성 되어, 어느 대도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여서 이곳이 과연 우리 시가 맞나 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도로 가에 화단에 곱게 핀 꽃길이 조성되어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도시의 거리들이 도로 양 옆으로 층수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고 각종 간판들이 줄이어 어지럽게 달려있는 모습이다. 이런 삭막한 도심의 도로 변에 아름다운 꽃으로 이어지는 꽃길이 조성되어 있는 모습은 한결 신선감과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도시 길을 걷다 보면 인도 옆 가로수 밑에 주변 주민들이 버린 각 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큰길가 쓰레기는 대부분 오전 중에 청소차들이 와서 싫어가지만 뒷골목 쓰레기는 당일 치워지지 않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인도 위에도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휴지, 마스크, 1회용 컵 등이 마구 벼려져 있는 모습을 본다.
몇 해 전 일본을 관광한 적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어느 지방 소도시 거리를 지나면서 차창 너머로, 인도 가에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가지런히 쌓아 올리고 그 위를 그물망으로 덮어씌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도 함부로 버려진 휴지 조각이나 담배꽁초도, 버려진 담배 갑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며 역시 일인들의 청결과 정리 정돈의 의식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음을 실감했다. 인본하면 우리에게는 과거 그들의 식민 치하에서 착취와 온갖 압박과 멸시 천대를 받았던 나쁜 기억들이 구세대들에게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서도 그들만의 좋은 생활습관 끼지도 미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선생님이 자주 훈시하기를, 코를 푼 휴지도 마무 데나 버리지 말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휴지통에 버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올바른 생활 습관도 가르쳤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몸에 배이도록 철저한 가르침은 반드시 있어야 하거늘, 우리의 성적 위주의 교육 현실, 이제는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한다. 가끔 횡단보도를 손을 들고 건너가는 초등학생 어린이를 본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렇게 가르침대로 실행하는 순박한 태도도 커가면서 변질이 된다. 그것은 어른들의 행동이 본보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는 후진국이 아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 주는 나라가 됐다. 국민들의 교육 수순도 높아 졌다. 이에 걸 맞는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젠 시내에 어느 거리이건 쓰레기 없는 꽃길이 조성된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칼 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랑스러운 우리말과 글 (0) | 2021.10.22 |
---|---|
은행나무 가로수 (0) | 2021.10.02 |
전기의 고마움 (0) | 2021.07.26 |
변해가는 우리 말 (0) | 2021.06.14 |
성(姓)도 선택하는 시대로 (0) | 2021.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