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주전부리
문 석 흥
늘 다니는 길가에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이런 가게를 전에는 구멍가게라 불렀는데 지금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이 잘 진열되어 있는 현대화 된 슈퍼마켓, 마트, 편의점 등이 생겨서 곳곳에 점유하고 있는 바람에 구멍가게는 그 위세에 밀려 자취를 감춰 좀처럼 보기도 쉽지 않고 그 이름조차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멍가게서 어린 시절에 자주 들려 사먹던 주전부리 깜 들이 엣 모습 그대로 소쿠리나 상자에 담겨 좌판 위에 놓여 있거나 더러는 가게 벽에 설치한 선반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며 옛 추억에 젖어 든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자주 사먹던 옥수수튀김, 뻥튀기 과자, 부채과자, 강정, 눈깔사탕 같은 옛 주전부리 과자 사탕들을 가끔씩 사다 먹으며 옛 입맛을 되살리곤 한다. 그런데 손가락 굵기의 길고 흰 엿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엿 모판을 지게에 지고 넙죽한 가위로 가위질을 하며 다니든 엿장수가 나타나면 헌 고무신짝을 들고나가 엿을 바꿔 먹던 일도 가끔씩 떠오르곤 한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 우리의 일상 생활모습도 전과는 달리 많이 변화해 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산다. 그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입맛인 것 같다. 엣 주전부리 과자들을 먹어보지 못했던 요즘 신세대들에게는 시각적으로도 생소할뿐더러 포장도 잘 되어 있지 않은데다 좀처럼 먹고 싶은 충동 자체가 일지 않을 것이다. 요즘 과자들이야 포장에 장식된 그림이나 글씨 색깔 등 그 디자인부터 시선을 끌며 막상 사서 먹어봐도 얼마나 맛이 좋은가. 그래서 그 맛에 매혹되어 자주 사먹게 되고 또 어른들도 선물로도 사다 주곤 하지 않는가. 이런 이 시대 세대들에게 입에 맞는 주전부리에 젖어 있는 세대들이 옛 것이 입에 맞을 리 없다. 떡 종류도 그렇다. 요즘은 각 종 빵 종류가 보기도 좋고 구미에 당기게 만들어져 동네 슈퍼에만 가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고 또 베이커리에 가면 다양한 빵과 과자류가 있어서 구미에 맞는 것으로 선택해서 사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옛날 떡 종류도 이 시대감각에 맞게 모양을 내서 잘 만들어 정결하게 포장을 해서 슈퍼에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떡은 구세대들이 선호 할 뿐이다.
가끔 재래시장에 가 보면 그 곳에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풍물이 옛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듯 생동감이 있어 다시 지난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낯익은 옛 음식들, 즐겨 먹던 주전부리 과자들이 포장이나 특별히 모양을 냄도 없이 자연스레 좌판위에 소쿠리나 쟁반에 담겨져 있고 한편에서는 계속 옛 방식대로 계속 만들어내는 솜씨를 보면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잡은 돼지머리가 털이 말끔히 깎이고 제 얼굴 모습을 들어 낸 채 식당 앞 좌판 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듯 놓여 있고 식당 안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구수한 순댓국 냄새가 입맛을 자극 한다. 그래서 가끔은 시장에 갔던 길에 순댓국 한 그릇 사먹고 올 때는 순대와 간 염통을 썰어 한 접시 분을 사오곤 한다.
이 시대에 와서 먹을거리도 다양해지고 따라서 전에 못 먹던 맛있는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맛집이란 데도 곳곳에 많이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먹어 왔던 주전부리나 음식물의 입맛이란 세월이 바뀌어도 나이가 들어가도 변함이 없다. 반면,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밴 포장에 다양한 맛의 주전부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찌 보면 참 행복한 세대들이다. 지금도 어린 서절 소풍날이면 김밥 도시락에 주전부리로 오징어포 한 마리에 눈깔사탕 몇 개 싸들고 가서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의 소풍날에 배낭 속에 담긴 점심과 간식거리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가.
그래도 행복감을 뼈 속 깊이 느끼는 세대는 구세대들일 것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맛있는 주전부리 감이나, 옷, 양발, 신발, 작난감 하나 제대로 먹고 입고 신어 보지도 즐기며 놀아 보지도 못하고 자랐으면서도 오늘의 풍요로운 사회를 이룩하였기에 지난날 고난의 시절을 생각하며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월간文學空間 391호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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