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추억의 주전부리

문석흥 2023. 3. 10. 09:56

추억의 주전부리

 

 

문 석 흥

 

 

  늘 다니는 길가에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이런 가게를 전에는 구멍가게라 불렀는데 지금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이 잘 진열되어 있는 현대화 된 슈퍼마켓, 마트, 편의점 등이 생겨서 곳곳에 점유하고 있는 바람에 구멍가게는 그 위세에 밀려 자취를 감춰 좀처럼 보기도 쉽지 않고 그 이름조차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멍가게서 어린 시절에 자주 들려 사먹던 주전부리 깜 들이 엣 모습 그대로 소쿠리나 상자에 담겨 좌판 위에 놓여 있거나 더러는 가게 벽에 설치한 선반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며 옛 추억에 젖어 든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자주 사먹던 옥수수튀김, 뻥튀기 과자, 부채과자, 강정, 눈깔사탕 같은 옛 주전부리 과자 사탕들을 가끔씩 사다 먹으며 옛 입맛을 되살리곤 한다. 그런데 손가락 굵기의 길고 흰 엿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엿 모판을 지게에 지고 넙죽한 가위로 가위질을 하며 다니든 엿장수가 나타나면 헌 고무신짝을 들고나가 엿을 바꿔 먹던 일도 가끔씩 떠오르곤 한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 우리의 일상 생활모습도 전과는 달리 많이 변화해 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산다. 그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입맛인 것 같다. 엣 주전부리 과자들을 먹어보지 못했던 요즘 신세대들에게는 시각적으로도 생소할뿐더러 포장도 잘 되어 있지 않은데다 좀처럼 먹고 싶은 충동 자체가 일지 않을 것이다. 요즘 과자들이야 포장에 장식된 그림이나 글씨 색깔 등 그 디자인부터 시선을 끌며 막상 사서 먹어봐도 얼마나 맛이 좋은가. 그래서 그 맛에 매혹되어 자주 사먹게 되고 또 어른들도 선물로도 사다 주곤 하지 않는가. 이런 이 시대 세대들에게 입에 맞는 주전부리에 젖어 있는 세대들이 옛 것이 입에 맞을 리 없다. 떡 종류도 그렇다. 요즘은 각 종 빵 종류가 보기도 좋고 구미에 당기게 만들어져 동네 슈퍼에만 가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고 또 베이커리에 가면 다양한 빵과 과자류가 있어서 구미에 맞는 것으로 선택해서 사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옛날 떡 종류도 이 시대감각에 맞게 모양을 내서 잘 만들어 정결하게 포장을 해서 슈퍼에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떡은 구세대들이 선호 할 뿐이다.

  가끔 재래시장에 가 보면 그 곳에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풍물이 옛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듯 생동감이 있어 다시 지난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낯익은 옛 음식들, 즐겨 먹던 주전부리 과자들이 포장이나 특별히 모양을 냄도 없이 자연스레 좌판위에 소쿠리나 쟁반에 담겨져 있고 한편에서는 계속 옛 방식대로 계속 만들어내는 솜씨를 보면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잡은 돼지머리가 털이 말끔히 깎이고 제 얼굴 모습을 들어 낸 채 식당 앞 좌판 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듯 놓여 있고 식당 안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구수한 순댓국 냄새가 입맛을 자극 한다. 그래서 가끔은 시장에 갔던 길에 순댓국 한 그릇 사먹고 올 때는 순대와 간 염통을 썰어 한 접시 분을 사오곤 한다.

이 시대에 와서 먹을거리도 다양해지고 따라서 전에 못 먹던 맛있는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맛집이란 데도 곳곳에 많이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먹어 왔던 주전부리나 음식물의 입맛이란 세월이 바뀌어도 나이가 들어가도 변함이 없다. 반면,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밴 포장에 다양한 맛의 주전부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찌 보면 참 행복한 세대들이다. 지금도 어린 서절 소풍날이면 김밥 도시락에 주전부리로 오징어포 한 마리에 눈깔사탕 몇 개 싸들고 가서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의 소풍날에 배낭 속에 담긴 점심과 간식거리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가.

  그래도 행복감을 뼈 속 깊이 느끼는 세대는 구세대들일 것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맛있는 주전부리 감이나, , 양발, 신발, 작난감 하나 제대로 먹고 입고 신어 보지도 즐기며 놀아 보지도 못하고 자랐으면서도 오늘의 풍요로운 사회를 이룩하였기에 지난날 고난의 시절을 생각하며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월간文學空間 39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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