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존재 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서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들어 있어서 사람들의 가슴 가슴마다 사랑과 은혜가 가득한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어버이날은 그 동안 어머니날로 지켜오다가 근래에 와서 아버지의 의미도 함께 새기자는 뜻으로 어버이날로 바뀐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자녀들의 마음속에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정이 더 많이 새겨져 있고 나이가 들었어도 늘 어머니의 포근한 품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 것은 갓 나아서부터 어머니의 품속에서 자란 근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한 사랑과 정성이 가히 희생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양주동 시의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노래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노래는 어머니의 생신이나 어버이날에 온 가족이 모인 축하연 자리에서 어김없이 부르는 축가이기도 하다. 가사도 그렇지만 멜로디마저 구성져 끝까지 부르다 보면 모두다 목이 뫼이고 눈시울이 젖어 들어와 마무리를 잘 못하며 마친다. 올 해는 어버이날을 기해 전에 없이 아버지를 주제로 하는 TV프로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출연한 인사들이 각기 자기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데 특히 코미디언 엄용수씨의 얘기가 이채로웠다. 다른 집은 자식들이 아버지의 속을 썩이는데 자기 집은 반대로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식들의 속을 썩였다는 것이다. 마작과 화투, 술로 세월을 보내며 남의 빗 보증까지 서서 돈을 다 날리고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니며 행상을 해서 생계비를 마련하면 그 돈마저 가져다가 날리는, 그런 악순환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두 분 다 돌아 가셔서 합분 묘를 썼는데 성묘하러 가서도 아버지 쪽으로는 외면을 하고 어머니 쪽만 향해 절을 했다 한다. 옛날에 아버지들 중에는 이런 아버지가 어디 엄용수씨 아버지뿐이랴. 놀음, 여자, 술, 폭력이 일상화 되다시피 하여 가정을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속에서도 가정과 자식들을 지킨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그래서 장한 어머니 표창은 있어도 장한 아버지 표창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어버이날, 어느 일간지에 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았다. 그 결과 78.8%의 응답자가 ‘부모님을 존경 한다’라고 답했으나 ‘부모님과 닮은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대답한 대학생은 27.3%에 그쳤다고 했다. 특히 남학생의 42.9%가 ‘엄마와 닮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으나, 여학생은 ‘아빠를 닮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이 17.9%에 그쳤다 한다. 아버지들이여! 지난날의 일그러진 우리의 아버지상에서 벗어나 참다운 아버지의 존재를 부각 시키도록 환골탈태를 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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