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차도 사람의 몸 같아

문석흥 2013. 11. 28. 16:27

차도 사람의 몸 같아


  14년 째 별 사고 없이 잘 타고 다니던 차가 요즘 와서는 카센터를 자주 가게 된다. 처음에는 간단히 손을 보거나 때 되어서 오일이나 갈면 되었는데 이제는 제법 큰 부품을 교환할 정도가 되었다. 그 동안 차를 수리하는 데도 돈이 꽤나 들어간 것 같다. 나는 차를 운전만 하고 다녔지 기계에 대해서는 무뢰한이다. 그러나 처음보다는 차의 상태가 좀 못하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것 같다.
  차를 새로 사서 얼마 안타고 또 새 차로 바꾸는 사람도 자주 보지만 나는 그 동안 차가 잘 굴러가면 되었지 무슨 사치품 바꾸듯 자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좋으나 그르나 일편단심 14년을 애차로 여기며 타 왔다. 그러나 요즘 와서 카센터에 자주 드나들며 이 곳 저 곳 부품을 교환 하게 되고 또 차의 도색도 윤기를 점점 잃어가며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흠집도 나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처량해 보였다.
  차 10년 타기 운동을 벌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운동은 차를 너무 자주 바꾸지 말고 제때 손보아가며 오래 타자는 의도가 담긴 운동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좀 더 나은 새 모델이 나오면 그 쪽으로 마음이 가고 또 그 차를 탐으로 해서 신분이 격상되고 예우를 받는 다는 자기도취라 할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경제력이 따르지 못함이었을 뿐이다.
  차는 부품이 거의 다가 강한 금속으로 되었지만 그도 역시 10년 넘어 10만 킬로, 20만 킬로를 달리며 혹사하다 보면 낡고 노쇠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젊어서는 좀 힘들게 일을 해도 피로감을 별로 못 느끼고 원기가 왕성하지만 나이 들어 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허약해지고 병들어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되고 심할 경우에는 수술도 받아야 하지 않는가. 그것도 결국 수명을 잠시 연장할 뿐 결국은 종명을 하게 마련이다.
  나는 요즘 나의 애차를 새 차로 교체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잔잔한 고민을 하고 있다. 유지하자니 수리비만 더 가중 될 것이고 또 어디 모임에 가서 주차를 해 놓으면 다른 차들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인다. 마치 남루하고 병든 늙은 거지가 부자들 틈에 끼어 멸시와 조롱을 당하고 있는 정황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쯤 되면 차도 좋은 새 차로 바꾸는 길 밖에 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사람도 늙어 병들고 쓸모가 없으면 별수 없이 퇴진하고 젊고 유능한 새사람이 뒤를 잇는 것이다. 그래서 정년 제도를 통해 신입구출(新入舊出) 현상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요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4선 5선의 쟁쟁한 관록을 뽐내며 공천만 받았다 하면 따 놓은 당상이던 의원들을 물갈이 한다고 해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님들도 신입구출의 필요성을 이제서 깨닫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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