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탑버린 숭레문을 보면서

문석흥 2013. 11. 28. 16:18

타버린 숭례문을 보면서




  세상을 살다 보면 본의건 타의건 누구나 다 크고 작은 죄를 짓게 마련이다. 다만 그 죄가 사람이 만들어 놓은 법에 저촉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 편 어떤 죄를 범했던 반드시 동기가 있게 마련인데 동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만인의 심금을 울리고 동정심과 공감을 유발하게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마음먹고 불을 내어 전소케 한 범인 채 모 노인의 경우는 그 동기나 행위로 보아 이 나라 형법이 정하는 최고 형 그 이상의 벌을 주어도 시원치 않을 만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자신이 소유했던 토지에 대한 보상금이 적다는 것이 그 동기다. 그래서 수차례 관계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정을 해도 끝내 외면당한 데 대한 분노에서 작심하고 저지른 행위인 것이다. 그는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시켰다고까지 했다. 그것은 자신의 토지 보상금을 적게 책정한 이 정부에 대해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그리고 현장 검증을 하고나서 “불낸 것은 죄송하지만 그래도 인명 피해는 없었잖아요. 문화재는 복원하면 됩니다.”라고 천연스럽게 말했다. 조금도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이 없는 것이다. 정신 이상자도 아닌 한, 70 나이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그는 이 말로서 끝까지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자신의 범행 동기를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다.

  한 편 화재 현장에서는 또 다른 한심한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노파가 제상을 차려 놓고 숭례문 소실에 대한 위령제를 지낸다면서 절하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만원, 2만원을 내게 하여 가로채다가 걸려들기도 했다. 또 숭례문이 소실되기 이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팔아 돈벌이를 하는 즉석 상인도 등장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숭례문 기왓장 경매 광고를 낸 사람, 술이 취해 싸우는 사람, 숭례문 앞 잔디에 불을 지른 사람 등, 이것이 사람의 양심으로 할 짓인가.

  온 나라가 숭례문이 소실된 것에 대해 국상을 당한 마음으로 연일 처참하게 타버린 숭례문 앞에 나와 추모하며 애석해 하는데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란 말인가. 또한 문화재를 관리하는 관계 기관의 관리 소홀도, 책임 회피의 모습도 들어났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숭례문은 아무런 죄 없이 이 백성들이 저지른 죄를 홀로 대신해 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버렸다. 제상을 차려 놓고 제를 올리고 징 꽹과리를 치고 굿을 하고 상여를 멘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또 복원을 한들 600년 조상의 혼이 담긴 그 아름다운 모습과 위용이 되살아날 수 있으랴. 생각 할수록 참담하고 허탈한 마음만 쌓일 뿐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남아있는 문화재만이라도 철저히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선조들에 대한 우리 후손들의 도리를 다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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