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이 뭐 그리 중요한가
세상에는 직업도 다양하지만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호칭도 다양하게 불리어지며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뀌어 불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부를 환경미화원, 간호원을 간호사, 운전수를 운전기사, 우편배달부를 집배원, 차장을 안내원 등이다. 그렇다면 농부, 어부, 해녀, 기자 등도 호칭을 바꿀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잘 살펴보면 부(夫)와 원(員), 원(員)과 사(師), 수(手)와 사(士), 장(掌)과 원(員), 등은 글자와 뜻은 달라도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호칭이 바뀌었다 해도 일의 내용이 달라진 것도 없고 관등이나 봉급이 올라간 것도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예우가 향상된 것도 없다. 오히려 그 직종이 그 동안 경시되었다 하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아니겠는가. 호칭을 아무리 바꾼다 해도 근본적으로 인식이 바꿔지지 안는 한 호칭이야 덧칠에 불과 할 뿐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당선되어 오는 2월 25일에 취임식을 앞두고 있다. 새 대통령의 호칭도 처음엔 ‘당선자’라 부르고 있었는데 요즘엔 ‘당선인’이라는 공식 호칭을 쓰고 있다. 공식 호칭이 전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선자와 당선인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者)와 인(人)도 보편적으로 별 느낌 없이 같이 써 왔었는데 여기에도 무슨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자랑인 한글을 상용하지만 한자에서 온 단어들이 많다. 한자는 본래 뜻글자이기에 같은 글자에 발음이 같더라도 사용에 따라 뜻이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는 분명 있다. 그러나 앞에 비교 열거한 자들은 비록 글자는 달라도 뜻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거니와 혼용을 해도 무리가 없는 자들이다. 구태여 구별한다는 것이 더 간사스런 일이 아닌가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자 당선 제1성으로 ‘국민을 섬기겠다’라고 하며 아주 낮은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대통령의 기장인 봉황도 없앨 것이라 했다. 또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아주 신선한 감을 주는 말이다. ‘자’가 되었던 ‘인’이 되었던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차기 대통령이라는 점이 더 의미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왕이면 호칭이라도 격조 있게 달아 주는 것이 부르고 듣기에 어감도 좋고 품위도 있으니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치레만 있는 겉모양보다는 그 직업 자체를 존중하고 예우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 풍조가 먼저 조성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상 귀천이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인정하고 어떠한 일이건 그 일의 소중함을 느끼며 차등 의식을 불식하는 게 더 중요한 것, 호칭이나 미화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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