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언제 한 번

문석흥 2013. 11. 28. 16:02

언제 한 번 

  
  길을 가다가 우연히 옛 친구나 다정했던 사람을 오래간만에 만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계획 없이 갑자기 만났기에 무슨 얘기를 해야 할 지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저 반가운 마음에서 손 마주 잡으며 그 어간에 지낸 얘기나 근황을 짤막하게 교환하고 연락처나 전화번호 등을 확인 하고 바쁜 발길을 돌린다. 
   이 때 헤어지며 나누는 인사는 ‘언제 한 번 만나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이 말은 부담 없이 편안하게 사용되는 무난한 말이다. 하지만 잘 음미해 보면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 아무런 실효성이 없이 흘려버리는 말에 불과하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절친한 옛 친구를 만났다면 만사 제쳐 놓고 그 즉석에서 잡은 손 이끌고 근처 포장마차라도 들어가 한 잔 나누며 정담을 나눴어야 할 것 아닌가. 만약 정말 다급한 사정으로 시간이 없다면 다음에 만날 날짜라로 확실하게 약속을 하고 헤어짐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민생현장을 탐방하고 갖가지 약속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그야말로 장밋빛 같은 것 들이다. 그 약속이 그대로 실행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다음 정권이 국정을 다스리는 기간은 그간의 모든 힘들고 불가능 했던 현안들이 오랜 체증이 뚫리듯 시원하게 해결되고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복지국가가 될 것 같다. 
   과거 대선 때도 후보자들은 안 되는 것 없이 다 될 것 같은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된 것보다는 안 된 것이 더 많았다.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후보 때처럼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악수도 나누고 어린아이도 안아주고 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이젠 국민들도 만성이 되어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약속에 대하여는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후보자 개개인의 정책적 성향이나 업무의 추진력, 도덕성 같은 것에 관심을 둘 뿐이다. 그래도 바뀌는 정권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언제 한 번’이라는 약속의 뒤에는 사실상 아무 것도 없이 그냥 흘러가고 마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들이 설마 국민들 앞에서 한 그 열띤 웅변조의 공약들이 ‘언제 한 번’과 같은 약속처럼 아무 것도 이뤄지는 것 없이 뜬구름처럼 흘러가서야 되겠는가. 
   당장만 모면하려는 ‘언제 한 번’과 같은 결과가 없는 약속 보다는 무조건 포장마차라도 끌고 들어가서 술이라도 나누며 진정어린 우정을 나누는 그런 확실하고도 정겨운 모습이야 말로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정치도 그런 모습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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