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벼슬과 재산

문석흥 2013. 11. 28. 16:20


벼슬과 재산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로 시작되는 흘러간 가요가 있다. 벼슬과 명예는 빛과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 다니는 것이거늘 이 노래에서는 분리 한 것이 좀 이상하다. 오히려 ‘벼슬도 싫다마는 돈도 권력도 싫어’라고 했으면 더 나을 번했다. 
  벼슬과 권력과 돈, 이 셋은 항상  따라다니기에 좋을 수도 있지만 잘 못하면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는 위험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셋 중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별 문제가 없다. 하나만 가지고 잘 처신한 역사의 남은 인물을 보면 조선조의 청렴과 강직으로 유명한 황희 정승과 경주의 최 부잣집 이 있다. 특히 최 부잣집은 조선조 최대의 갑부로서 재산을 만석을 넘기지 말 것과, 흉년에 남의 논을 사지 말 것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세워 400년을 지켜 내려왔다 한다. 이 최 부잣집의 만석 제산은 12대를 이어 오다가 광복 직후 영남대에 다 기부하고 끝난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런 재벌이 있는지? 탈세나 불법 비자금 조성, 편법 경영권 승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례도 흔히 본다. 그런가 하면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하면서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 듯 내 놓거나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이름 없는 할머니도 있다. 건국 이후 대통령들 가운데도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은 이렇다 할 재산을 남긴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발하면서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인사들 중에 상당수가 재산 문제로 국회 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세 사람이 여론에 오르내리다가 급기야는 자진 사퇴를 했고 한 사람은 청문회조차도 거부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나머지 장관들 일부도 청문회에서 재산축적 과정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했다. 
  재산이 뭐 길래 그 탁원한 지식과 경륜, 행정능력으로 오른 벼슬자리를 끌어 내리는 것인가? 유엔총회 의장까지 지낸 한승수 총리 지명자도 그 재산 때문에 시비에 오르내리다가 새 정부 출범 닷새 만에 가까스로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통과 했다. 
  경제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재산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 재산을  도외시하거나 탕진하는 것이 더 문제일 것이다. 벼슬길에 나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재산의 유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과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4~50년 만에 세계 10위의 부자 나라로 되는 과정에서 돈 많이 번 사람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벌었는지 한 번 되돌아 볼 일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것을 따져 뭐하겠는가. 
  그래도 벼슬길에 나갈 사람들은 그 명예만을 가질 뿐 과다한 재산은 갖지 않음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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