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숫자와 인생

문석흥 2013. 11. 29. 22:45

숫자와 인생


  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글자로서 체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무형의 존재다. 그러나 삶의 주변에서 여러 가지로 인연을 맺으며 사람과 더불어 존재한다. 개중에는 한 사람과 평생의 인연이 되어 운명처럼 붙어 다니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생년월일이다. 한 생명의 출생과 동시에 부여되어 주민등록부에, 족보에 오름을 근거로 하여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이것을 예전에는 사주(四柱)라 하여 난해, 난달, 난날, 난시를 말하며 생년월일에 비해 난시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사주만큼은 숫자가 아닌 육십갑자(六十甲子)에 의한 간지(干支)로 표기하기 때문에 모두 여덟 글자가 됨으로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 사주팔자를 타고난 운명으로 여겼다. 그래서 신수점을 볼 때나 궁합을 볼 때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그 여덟 자의 근원은 숫자인 것이다.
  이밖에도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한시적이지만 군에 입대하면 부여 받는 군번도 있고 학교에 입학하면 받는 학번도 있다. 이뿐이랴, 전화번호, 저금통장번호, 집 번지, 아파트 호수, 자동차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 나와 관련된 고유번호는 상황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토록 숫자는 사람들과 친숙한 인연이기에 민족에 따라 개인에 따라 특별히 좋아하는 숫자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陰)보다는 양(陽)을 더 좋아하여 숫자도 음수보다 양수를 길수로 여겨, 1 3 5 7 9의 숫자를 좋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3자를 더 좋아한다. 3은 양수와 음수의 결합(1+2=3)으로 이뤄진, 수의 시작으로 보며 음과 양의 화합이라는 뜻도 있고 또 환인, 환웅, 단군, 3신의 단군신화로부터 기인한다. 그래서 지금도 아기가 탄생함이 삼신할머니가 점지한다고 하지 않는가.
  2008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나는 금년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길수는 아니지만 특별히 반갑게 맞았던 것은 내 집 전화번호가 2008번이었기 때문이었다. 전화가 귀했던 지금부터 40여 년 전, 우체국에 근무하는 친구의 덕으로 2008번이라는 번호와 함께 전화를 놓고 가보처럼 여겨왔다. 그 당시는 교환전화였지만 그 후 수동식, 다이얼식, 지금의 디지털식으로 발전하는 동안 국번만 바뀌었지 기본번호인 2008번은 고집스럽게도 유지해 왔다. 그 번호 숫자가 길수건, 흉수건 괘념하지 않고 당시 너무 귀하고 소중했던 것이었기에 그저 나와의 운명처럼 여긴 것이다.  
  금년이 마침 유세차 2008년이 되어 내 전화번호와 일치되었기에 이 해가 가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2008년은 다시 올 수 없는 강물이 되어 영원히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제 맞이하는 새해 2009년도,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새롭게 맺어질 인연의 숫자이다. 특히 우리의 길수인 9자가 들어 있으니 더욱 반갑고 새로운 기대감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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