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거스름돈과 택시기사-發

문석흥 2013. 11. 29. 22:39

거스름돈과 택시기사-發


  신문 투고 난에 ‘300원 내고 탄 택시’라는 제목의 내용을 읽고, 얼마 전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다가 기사에게 호통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먼저 신문 투고 내용을 요약해 본다. 80세의 할머니가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너무 늦어 택시를 탔다. 집 근처에서 내리면서 택시 요금이 4,300원이 나왔기에 가지고 있던 7천원(5천원 권 1장, 천원 권 2장) 중 5천원 권을 꺼내서 기사에 주고, 기사가 꼭 손자 같기에 거스름돈은 안 받고 그냥 내렸다. 그러나 젊은 택시 기사는 굳이 700원 거스름돈을 할머니 손에 쥐어 주며 “추운데 조심해 들어가세요.” 라고 인사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할머니는 집에 오면서 남은 돈을 확인해 보니 5,000원 권이 그대로 주머니에 있었던 것이다. 택시 안에서 돈을 꺼낼 때 분명히 5,000원짜리를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1,000원짜리를 낸 모양이다.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나야 눈이 어두워 그럴 수 있지만 젊디젊은 택시기사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오히려 거스름돈까지 주다니.” 할머니는 미안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4,300원어치 택시를 타고 고작 300원을 냈으니 말이다. 할머니는 손자뻘 택시기사의 하루 장사를 망친 것 같아 너무 미안해 그날 밤은 잠도 못 잤다며, 이 신문을 통해서라도 할머니가 그날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꼭 전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할머니도, 젊은 택시기사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이제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에게 호통을 받은 이야기를 해 보고자한다. 둘이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이르니 5,000원의 요금이 나왔다. 친구는 지갑에서 10,000원 권을 꺼내서 기사에게 주었다. 택시기사는 굳어진 낯빛으로 퉁명스럽게 “잔돈 없어요?”라고 했다. 그 말에 친구는 “미안해요. 마침 잔돈이 없네요.”라고 했다. 택시기사는 이번에는 한 옥타브를 올려서 “택시타면서 잔돈도 없이 타요!, 오늘은 재수 없이 아침부터 이런 사람들만 걸려.”라고 화를 내면서 거스름돈을 해결할 태도를 보이질 안았다. 나는 얼른 내 지갑을 꺼내 보니 마침 1,000원짜리가 있어 헤어보니 꼭 5,000원이어서 얼른 기사에게 건네주고 “미안합니다.”라고 인사를 남기고 우리 둘은 내렸다. 택시기사는 일언반구 인사말 한 마디 없이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난폭한 조작으로 급출발을 하며 떠나 버렸다.
  내리고 나서 생각하니 참 어이없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 잔돈은 승객도 사전 준비를 하고 타야겠지만 그보다도 먼저 기사가 충분히 준비해야 될 것 아닌가? 또 피 차 간에 서로 잔돈을 준비 못했다면 손님에게 기사가 먼저 화를 내고 호통을 쳐야 할 일인가? 더구나 우리는 70이 넘은 노인이거늘. 그 자리에서 기사에게 혼을 못 내주고 죄 없이 순순히 당하고 쫓기 듯 내린 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후회스럽다.
  그 때 그 기사도 이 글을 한 번 읽어 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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