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간 여름의 추억 2제 지구가 온난화 되어 간다고 해서 이 시대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계절이 변함없이 찾아오고 계절마다 주는 그 독특한 감각은 우리에게 삶의 묘미를 가져다준다. 한편 문명의 발달은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 주지만 자연 속에서 울어나는 그 감칠맛을 잊어버리게 해 줄뿐더러 자연에 대한 적응력마저 무디게 해 주고 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더위를,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추위를 그다지 심하게 못 느끼며 살고 있다. 음식도 그렇다. 예전엔 제 철에 먹는 음식이 따로 있었는데 요즘은 사철 생산이 가능하니 음식을 통한 계절의 감각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이 여름도, 역시 강열한 햇볕과 눅눅한 습기로 피로와 불쾌감을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그런 속에서도 여름철에만 느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하나로, 들녘에 나가면 강열한 태양 아래 녹색으로 펼쳐진 원두밭(참외, 수박, 오이, 호박을 심은 밭) 머리에 서있는 정겨운 원두막이다. 사다리를 타고 서너 계단 올라가면 한 평 남짓한 사각의 마루 위로 야트막하게 얹힌 초가지붕은 태양을 가리고 사방은 탁 트여 언제고 시원한 바람이 지나간다. 밭에 내려가 잘 익은 참외나 수박을 따다 먹어 가며 장기도 두고 책도 보고 방학 숙제도 하다가 시원한 자연 바람 쐬며 자는 한 숨의 낮잠은 여름철만이 주는 행복이 아니던가. 또 한 가지, ‘아이스케이크’이다. 그 당시는 틀린 발음이지만 ‘아이스께끼’라 불렀다. 설탕물에 향신료와 색소를 첨가하여 만든 원액을 양철 본에 넣어 가운데 나무 젓갈 하나 넣고 얼린 약 15cm 정도의 원통형의 얼음덩이에 불과했지만 이 역시 잊지 못할 추억의 여름철 빙과류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달콤하고 향긋한 맛이 얼음 속에 응고 되었다가 입안에서 부서져 녹아 시원하게 퍼지는 그 맛의 향수는 아직도 뇌리 속에 남아 있다. 이것을 네모진 얼음 궤에 담아 어깨에 걸머메고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라고 외치며 팔고 다녔다. 빙과류라고는 먹을 게 별로 없던 시절, 한 여름에 이 것 하나 사 먹는 맛이 별미였다. 요즘이야 다양한 종류의 맛있고 영양도 풍부한 빙과류를 사철 사먹을 수가 있지만 그 당시야 그 나마 여름철이 아니면 사먹을 수도 없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고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 문화도 엄청나게 향상 되었다. 어린 시절에 사용하고 눈에 익었던 생활 도구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건먼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민속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른장마 속에 유난히도 무더운 이 여름에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지금은 사라져 없지만 ‘원두막’과 ‘아이스께끼’의 향수를 되새기며 더위를 달래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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