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술꾼의 객기

문석흥 2013. 11. 29. 22:22

술꾼의 객기
  


  새벽 운동 길에서 본 광경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술 취한 건장한 중년 남자 한 명과 정복을 한 경찰관 두 명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술 취한 남자는 웃통을 벗어젖힌 채 경찰관을 향해 “야! 이XX야, 네가 민주경찰이냐, 경찰이 사람을 패! 넌 죽었어.” 라고 외치며 경찰에게 일격을 가할 듯이 달려드니 경찰은 이를 피하며 양 팔로 이 취객의 허리를 감아 안거나 팔을 잡으며, 난동을 못하도록 압박하며 집으로 가도록 집 방향으로 밀며 나갔다. 그러나 양 편 다 헛힘만 드렸지 좀처럼 이 실랑이가 그치질 않았다.
   당시의 정황으로는 이 취객이 다른 곳에서 난동을 부리니까 누가 신고를 한 것 같았다. 신고를 받고 순찰 경찰관이 출동해서 이 취객의 집이 있는 이 아파트 단지로 순찰차에 태워 와서 집에 들어가라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랑이 인 것 같았다.
  
  취객은 경찰관이 때렸다고 보복이라도 할 듯 대들었지만 직접 상관없는 내가 봐도 경찰관이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도 못하고 오히려 수세에 몰리며 쩔쩔 매는 나약한 모습이 안타깝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엄연한 공무 방해다. 술 취한 처지에서 경찰관이 폭행을 하거나 수갑을 채워 연행을 하지도 않고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었으면 조용히 집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고마운 경찰관에게 감사의 인사는커녕 왜 생트집을 하며 시비를 거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술김에 벌이는 객기가 아니겠는가.
   술도 마시기 나름이다. 자기 주량에 맞춰 적절히 마시며 취기에서 오는 감정도 잘 조절하며 마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객기가 발동하는 것은 잘 못된 음주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취해서 그렇거니 하고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그것이 술꾼들의 객기를 더 살려 주고 그런 습관을 조장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술 취한 사람이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 집기를 부수는 일이 예사롭게 벌어진다. 취했다고 해서 경찰관조차 관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취한 사람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객기일 뿐, 정신 이상은 아니다. 취객들의 객기로 인해 선량한 주민들이 받는 공포감이나 때로는 무모하게 당하는 폭행 등을 감안 할 때 취객들의 객기는 좀 더 엄격히 다스렸으면 한다.
   술을 마시되 즐겁게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하고 조용히 깨는 습관을 들인다면 객기가 왜 나오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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