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마이 카'의 고민

문석흥 2013. 11. 29. 22:25


'마이 카'의 고민



   2.3일 전, 차에 휘발유 30L을 주유 했더니 값이 57,240원이 나왔다. L당 1,908 원 인 것이다. 금년 초만 해도 1,300원 대였던 것이 불과 6개월 만에 48%나 오른 것이다. 나는 주유할 적마다 30L씩 넣어 왔는데 같은 용량에 갑자기 57,240원의 휘발유 값을 치르고 나니 마치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유가가 떨어진 적은 거의 없이 늘 조금씩은 계속 올라 왔기에 가랑비에 옷 젖 듯, 오른 줄은 알면서도 크게 격차를 느끼지 못 했었다.
   요즘 와서 갑자기 국제 원유가가 급경사를 타며 자고나면 오르다 보니 가뜩이나 비싼 우리나라 유가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유가의 급등은 비단 우리나라만 받는 충격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는 산유국도 아닌데다 비축량도 부족하고 특히 석유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염려가 되는 것이다. 원유는 모든 산업에너지의 근원이기에 원유가의 인상은 바로 물가 인상으로 직결되어 지금 우리가 고물가에 직면하여 생활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1970년대 초만 해도 지금처럼 자동차가 흔하지 않아서 자가용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무렵 나도 훗날 ‘마이 카’의 시대를 꿈꾸며 일찍 운전면허증은 취득했지만 오랜 동안 장롱면허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다행히 국산 자동차가 생산되면서 할부 구입이 가능해 지고 이때부터 웬만한 서민층에서도 마이카의 꿈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나라의 차량이 1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을 예측했다. 그 근거로는 인구 4000만에 4인 1가구로 보아 1가구당 차량 1대 보유라는 평균적 계산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 땅에 굴러다니고 있는 차량은 1000만 대가 훨씬 넘어 1600만 대 가량 된다고 한다.
   차량도 배기량이 높고 성능도 좋은 고가의 차나 중형차의 선호도가 높고 소형 경차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경향이다. 그만큼 소득도 높아 졌고 품위 유지와 과시의 심리도 작용된 것이다.
   이제 고유가, 고물가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 졌다. 대책은 절약의 지혜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에서는 자동차 홀짝제, 요일제 운행을 공공기관부터 하겠다고 했다. 내친김에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부터 관용이건 자가용이건 중.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10년을 넘게 나를 위해 굴러온 ‘마이 카’도 이제는 그 수명을 다 하고 어차피 내 곁을 떠나야 할 때가 되기도 했지만, 때맞춰 기름 값마저 급격히 올랐으니 차제에 나에게서 ‘마이 카’의 존재를 영영 지워버릴까? 아니면 경차의 새 ‘마이 카’로 대를 이을까? 하는 것이 요즘의 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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