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구경 다니다 보면 가끔 사람들끼리 싸우는 광경을 보게 된다. 직접 싸우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왠지 그냥 무심코 지나쳐 가지지 않는다. 바쁠 때는 흘낏 보면서 지나가지만 좀 여유 있는 발걸음일 때는 서서 보기도 한다. 싸우는 당사자들은 독이 올라서 흥분하고 독기를 뿜어 가며 싸우지만 지나가는 구경꾼이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으면서 덩달아 흥분하고 때로는 쾌감도 느낀다. 이런 흥분과 쾌감을 맛보기 위해 권투나 레슬링 같은 허가된 싸움판이 있어 관람료를 내가며 보는가보다. 싸우는 당사자들이야 싸우는 순간만은 이성을 다 잃어버리기 때문에 체면이고 이면이고 다 벗어 던지고 누가 보건 말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운다. 처음엔 낮은 말로 오가다가 고성이 되고 다음엔 험한 욕설과 함께 멱살 잡고 머리채 잡고 발길질 주먹질 등 있는 힘을 다해 육탄전을 벌인다. 그래도 성에 안 차면 몽둥이나 돌멩이가 등장하고 더 발전하면 흉기까지 휘두르게 된다. 싸움에도 여러 형태가 있듯이 어떻게 싸우든 싸우는 방법이 문제다. 위와 같이 이성을 잃은 싸움이란 결국 양측 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게 된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여,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인지라 풀 위에 바람이 지나가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고 했다. 즉 군자의 처신을 중시한 것이다. 군자가 소인들 보는 앞에서 이성을 잃은 싸움을 벌인다면 소인에게 주는 답은 뻔한 것 아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벌인 싸움은 가히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장장 7시간을 웃옷을 벗어 버리고 몸으로 밀고 발길로 차고 다리를 안고 넘어지고 의장 단상을 향해 온몸을 던져 날아들고 여성의원들을 그들대로 여염집 아낙들이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거기다 고성과 막말을 퍼 부우며 시종일관 의사당 안은 난장판이요, 패싸움 판을 방불케 했다. 이 모습이 외신으로까지 나가서 생생히 보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나라는 지금 후진국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인가? 물론 양측 다 국민의 뜻이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볼썽사나운 싸움판까지 벌였지만, 전체 국민은 미디어 관계법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으며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개인 간에도 심하게 싸우고 나면 평생 원수가 되는 수도 있고 화해를 한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엔 늘 앙금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국회의원들이 사사건건 싸움으로 일관하고 그 감정의 골이 깊어서야 어찌 원만한 국정을 기대 할 수 있으랴.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신뢰감을 주는 정치인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치인을 못 믿고 걱정하는 판국이 되었다. 이젠 제발 국민들에게 싸움 구경만은 안 시키는 정치인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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